예수 어록(397) 19:28

내가 목마르다.

 

여전히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급기야 내가 목마르다.”라고 토로한다. 신음인지 모르겠다. 옆에 있는 제자에게 물을 달라는 부탁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이 당하는 육체적 고통을 총체적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십자가형()은 로마 제국의 형벌 중에서 가장 극형에 속한다. 사형수를 T자로 된 나무틀에 묶어놓고 손바닥에 대못을 박아 세워둔다. 몸무게가 손바닥에 쏠리면 손바닥이 조금씩 찢어진다. 손바닥만으로는 몸무게를 버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손목에 못을 박으면 가능하다. 또는 몸무게가 분산되도록 수직 기둥에 걸치는 장치를 덧댄다. 약간 앞으로 튀어나온 장치에 엉덩이가 걸치면 몸무게의 힘이 분산된다. 십자가형에서 핵심은 손바닥을 통해서 피가 흘러내리게 함으로써 천천히 죽게 하는 것이다. 보통 건장한 남자는 일주일 이상 죽음의 과정을 거친다. 정신이 나갔다가 잠시 돌아오는 현상이 반복된다. 십자가에 죽은 자의 시체는 날짐승이나 들짐승이 먹어치우도록 상당 기간 그냥 매달아 둔다. 그 전체 과정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수는 목말라 했다. 단순히 목마르다는 뜻만이 아니다. 십자가의 고통을 통해서 인간의 모든 고통을 온몸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그리고 온갖 기적을 행한 능력자라면 십자가의 고통을 쉽게 초월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여기서 예수의 신성이 부정된다. 초기 기독교에서 어떤 이들은 예수의 고통을 실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수는 신이기에 인간과 똑같은 고통이 가능한 육체로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육체는 신성을 담는 그림자였다. 이런 주장을 가현설(Docetism)이라고 한다. 교부들은 가현설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모순처럼 보이는 십자가에서 고통당하는 하나님개념을 정통 교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잘한 결정이다.

이제 우리 기독교인들은 혼자서 목말라하지 않아도 된다. 목마른 그 순간, 그리고 그 자리에 하나님이 함께하시기 때문이다. 죽음의 순간에도 하나님은 신비한 방식으로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다. 임마누엘!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면 그는 그 목마른 상황을 당당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그 순간, 그리고 그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그 목마름을 공감하면서 목마름을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겠는가. 곳곳에서 이런 외침이 들린다. “내가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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