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398) 19:30

다 이루었다.

 

이제 한 인간으로서 예수는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 그의 마지막 발언은 다 이루었다.”이다. 이 발언의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는 간단하지 않다. 자기 인생이 여기서 다 끝났다는 것인지, 인류 구원을 위한 사역을 마쳤다는 것인지 말이다. KJV은 이렇게 번역했다. “It is finished.” 우리말 번역으로 28절에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을 아셨다고 말이다. 이를 KJV “all things were now accomplished.”라고 번역했다. 피니쉬는 일이 끝났다는 의미가 강하고, 어컴플리쉬는 완성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공동번역은 오히려 반대로 번역했다. 28절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했으며, 30절은 다 이루었다고 했다. 이런 번역의 문제는 너무 복잡하니 여기서는 그만두자. 내 생각에 다 이루었다.”라는 발언은 자기 인생이 끝났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소명이 이제 끝났다는 의미이다.

공관복음이 전하는 예수의 마지막 발언은 요한복음과는 다르다. 마가복음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라는 뜻의 아람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15:34)를 마지막 발언으로 전한다. 마태복음은 마가복음의 발언을 그대로 따른다. 누가복음이 전하는 예수의 마지막 발언은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23:46)이다. 스데반의 순교 장면에서도 그대로 나오는 발언이다.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7:59). 예수의 운명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대한 보도가 복음서에 따라서 다르다는 게 예상 밖이다.

요한복음이 전하는 내용은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이 전하는 내용과 상충한다.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인식과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는 인식은 분명히 다르지 않은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요한복음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변증적이다. 다른 공관복음서도 그런 성격이 없지는 않으나 요한복음에 그런 성격이 유독 강조된다. 태초에 로고스로 존재한 예수는 십자가 죽음으로 생명을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다 이루었다는 발언이 실제로 예수에게서 발설되었는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았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굳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행동에 이미 사랑이 들어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나중에 어떤 사람이 내가 너희들을 사랑한단다.”라고 표현해도 크게 잘못이 아니다. 요한복음 기자가 없는 말을 창작했다는 것이냐,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언어()는 손가락이지 달이 아니다. 달을 본 사람은 손가락의 생김새에 시비 걸지 않는다.

요한복음을 하나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우리는 예수를 생명 완성자라고 믿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는 그리스도로 믿는다. “주는 그리스도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고백이 실제로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이며, 그 고백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더 나아가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명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평생에 걸쳐서 찾아가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다 이루었다.” 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자랄 것이다(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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