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톺아읽기 255

조회 수 1422 추천 수 0 2021.10.23 08:13:03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255, 12:22~34, 염려하지 말라(2)

 https://youtu.be/P8T2Nvtkp2Q


[레벨:23]브니엘남

2021.10.24 07:52:41

구해야 할 것과 구하지 말아야 할 것

구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먹고 마실 것, 곧 일용할 양식이다. 그런데 앞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에는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했다(11:3). 이러한 반전(反轉)의 배후에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필요함을 하나님께서 알고 계신다는 믿음과 삶의 근거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깔려 있다.

 

제자들은 스승 예수의 부름에 순종하여 출가하기는 했지만(4:18-22), 막상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의 의식(衣食) 걱정 때문에 마음은 늘 편치 못했던 것 같다. 예수는 제자들의 시선을 돌린다. 공중을 날아가는 까마귀 떼와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나리꽃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두 차례 강조한다. “카타노에사테(katanoesate)!”(notice, 12:24, 27).

 

선불교에서 스승이 제자들을 깨우치고자 할 때 느닷없이 고함을 지르고 몽둥이로 때리거나 한 손가락을 치켜드는 경우가 있다. 임제 스님의 할(), 덕산 스님의 방(), 구지 스님의 일지두(一指頭) 화두가 그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기존의 인식 근거를 타파하고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깨달음으로 인도한다. 아마도 예수의 카타노에사테(katanoesate: notice)’는 임제 스님의 할()에 비교될 수 있다. 가족들의 의식주 걱정에 빠져 있는 제자들의 의식을 지금 여기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까마귀와 들꽃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살펴보라고 한다.

 

메 제테이테(me zeteite)’구하지 말라또는 찾지 말라는 뜻이다. 구취심(求取心), 곧 무언가를 구하고 취하려는 마음은 항상 걱정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밖에서 구한 것은 반드시 밖으로 나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단(末端)을 근본으로 착각하고 구취심을 좇아 염려와 걱정 속에 살아가는 사람을 일컬어 본문에서는 타 에트네 투 코스무(ta ethene tou kosmou: 세상 이방인)’라고 한다. ‘세인’(世人)이라는 뜻이다. 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 사람들이 구하는 세속적 가치와 생존에 필요한 물질들이다. 왜 구하지 말아야 하는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이미 알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식들이 요구하지 않아도, 자애로운 부모는 자식의 필요를 미리 알고 시시때때로 부족함을 채워준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는 하나님을 아버지(파테르, pater)로 표상한다.

 

31절에서는 상황이 반전된다. “구하지 말라”(메 제테이테, me zeteite)에서 이제 구하라”(제테이테, zeteite)는 말씀으로 반전이 일어난다. 세인들이 구하는 생존에 필요한 것들과 대조적으로 그분의 바실레이아’(basileia, 하나님 나라)를 구하라고 한다. 이는 세인이 삶의 목적을 세속적 가치와 물질 추구에 두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하나님 나라는 주님의 명호 (名號)주여, 주여부른다고 해서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내 아버지 뜻’(토 테레마 투 파트로스 무, to thelema tou patros mou)을 실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7:21). 하늘 아버지의 뜻이 펼쳐진 영토가 바실레이아(basileia)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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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1.10.24 21:06:39

브니엘남 님의 고유한 영성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평안한 주일 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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