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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22- 테니스 라켓
저렇게 벽에 기대 있는 두 테니스 라켓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려면 A4용지 5장은 필요하다. 온갖 사연이 거기에 숨어있다. 뒤에 있는 라켓은 6~7년 정도 사용한 것이고, 앞의 라켓은 일주일 전부터 사용한 것이다. 비슷하게 생겼으나 성질이 다르다. 참고로, 테니스 라켓은 무게와 손잡이 굵기와 중심점과 줄 간격과 프레임 두께 등등, 차이가 크다. 신체 조건과 치는 방식에 따라서 라켓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 선택이 쉽지도 않다. 테니스 라켓을 미는 식으로 휘두를 때는 뒤에 있는 라켓이 편했으나 때리는 식으로 바꾸면서는 앞에 있는 라켓이 편리해졌다. 그 세밀한 차이를 여기서 어떻게 다 설명하겠는가. 일주일에 두 번만 테니스장에 나가지만 평소에도 집에서 종종 라켓을 잡고 휘두르는 연습을 하기에 저 친구들은 매일 나와 함께 지내는 편이다. 절친이다. 모든 사물과 친구 관계를 맺으면 사람 친구가 없어도 적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게 좋은 현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