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078) 요 5:17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삼십팔 년 동안 병을 앓다가 치료된 이 사람은 자신을 타일렀던 유대인들에게 자리를 들고 가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예수라는 사실을 전했다. 본문은 이 일로 인해서 바리새인들로 추정되는 이 유대인들이 예수를 박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다. 예수 박해 동기가 안식일에 있다는 요한복음의 주장은 공관복음과도 일치된다. 당시 사람들은 안식일 문제에서 예수가 지나치게 라디칼 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안식일 규정은 여러 가지 점에서 유익한 게 많은 것이니 가능하면 안식일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테두리에서 행동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그런 주변의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수는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밀고 나갔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수단으로 다뤄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요즘 벌어지는 남북관계만 해도 그렇다. 오랫동안 분단체제에 익숙해져 있어서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서 약간만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도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최선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인식을 단번에 바꾸기 힘드니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후자는 냉전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자국 이익에 최고 가치를 두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서 북경에 닿을 수 있는 철도를 놓고, 일반 사람들의 북한 여행을 허락의 방식이 아니라 신고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마음만 먹으면 유엔 결의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문제는 안식일 법을 절대화하던 유대인들처럼 남북 분단 체제를 절대화하는 사람들의 저항을 뚫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예수는 유대인들의 박해를 한 마디로 받아친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그의 일은 온갖 억압으로부터 사람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죄를 짓지 말라는 말도 인간을 억압하는 체제를 거부하라는 뜻이다. 이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