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 금
이정미의 헤어롤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오늘 헌법재판소에 출근하기 위해서 관용차에 내리는 모습이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혔는데, 뒷머리에 두 개의 분홍색 헤어롤이 달려 있어서 화제를 모았다. 여자 분들은 머리를 단장할 때 주로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지만 머리카락의 웨이브를 좀더 강하게 주고 싶을 때는 헤어롤을 사용한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헤어롤을 머리에 달고 있었을 것이다. 관용차를 타고 오면서도 달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을 것이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뺀다고 생각했는데, 아차 하고 그냥 내린 것 같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재판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으면 저런 실수를 하겠냐 하면서 다 좋게들 말했다. 모르긴 해도 나중에 집에 가서 가족과 크게 웃었을 것이다.
20여분 이어진 판결문 낭독의 마지막 주문은 이랬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아무런 표정 없이 이 한 문장과 소수 의견에 대한 짧말한 설명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이정미 헌법재판관을 비롯해서 8명의 재판관이 퇴정하는 것으로 지난 몇 달 동안의 대통령 탄핵재판이 끝났다. 8대0의 판결이었다. 청와대는 이에 관해서 지금까지 아무런 발표가 없다. 이해하기 어렵다. 일국의 대통령이었다면 잘잘못을 차치하고 국가적으로 큰 소용돌이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 크게 용서를 구하고, 이전 일은 다 잊고 모든 국민이 합심하여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기를 바란다는 발언쯤은 해야 할 거 아니겠는가.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잡한 마음이 이해가 간다. 단순히 대통령 직을 물러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 앞으로 검찰 조사를 강도 높게 받고, 이미 특검에서 뇌물죄로 특정했으니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최순실 및 여러 장관과 비서관들의 구속을 감안하면 그 자신도 감옥에 들어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누가 그를 도와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 그의 입장에서 상황이 참담하다.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낭독한 판결문에 아쉬움을 갖는 분들도 있긴 하겠지만, 나는 전체적으로 잘된 판결이라고 본다. 이 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헌법재판이다. 헌법 가치를 훼손했는가를 판결하는 행위다. 대통령의 무능이나 공감능력 결여 등이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으니, 전체적으로 보수적으로 판결할 수밖에 없다. 판결문 내용도 좋았고, 낭독하는 목소리와 태도도 차분해서 좋았다. 그분에게 헤어롤 해프닝은 오래 잊히지 않을 것이다. 모두 수고하셨다.
헤어롤- 여자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필수품
마치 남자들에게 '면도기' 가 중요한 것 만큼이나
여자들만 사는 우리집 -머리에 롤이 달린 모습을
그냥 흔하게 무심코 보며 삽니다.
그래도 밖에까지 달고 나가지는 않는 것이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