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신랑을 빼앗길 날

조회 수 3902 추천 수 35 2006.09.26 23:21:08
2006년 9월26일 신랑을 빼앗길 날

그러나 신랑을 빼앗길 날이 이르리니 그 날에는 금식할 것이니라. (막 2:20)

신랑을 빼앗긴다는 말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을 의미하겠지요. 처형당하신 예수님은 부활, 승천을 통해서 이제 제자들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사도행전의 보도에 따르면 예수님은 부활 이후 승천하시기까지 40일 동안 지상생활을 세상을 뜨셨다고 합니다. 왜 예수님은 부활의 실체로 이 세상에 계속해서 머무르지 않으셨을까요? 오늘 본문과 직접 연관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길게 설명하지는 말고 한 마디만 하지요. 부활과 승천은 하나의 사건입니다. 예수님이 은폐된 궁극적인 생명의 몸으로 변화했다는 하나의 사실에 대한 이중적인 묘사입니다.
어쨌든지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예수님이 당하신 고난과 십자가는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초기 추종자들이 어떤 메시아 상을 갖고 있었는지는 조금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이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처형당하리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제 구약으로부터 면면이 이어져오는 ‘무죄한 자의 고난’을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 순간이,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이 순간이 금식할 때입니다.
이 순간은 단지 우리에게 크고 작은 불행이 닥친 때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침묵하고 있는 것 같은 때를 의미합니다. 그런 경험이 우리에게 있을까요? 언제 우리는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나요? 언제 우리는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라 오직 인간의 난폭한 힘이 우리를 지배하는 경험을 하나요? 개인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어쩌면 허무야말로 가장 결정적인 하나님의 부재 경험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때 우리는 금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금식 말입니다.

[레벨:11]권현주

2006.09.27 12:09:10

일상의 축제, 그리고 침묵과 금식,
이러한 변주의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보다 겸손해져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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