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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5일
죄의 실존
이사야는 성전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뒤에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고 외친다. 고대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보면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은 거룩하고 인간은 악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악하다는 것은 단순히 파렴치하거나 부도덕하다는 말이 아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악에 근거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못한다. 더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기를 성취하려는 욕망 안에 갇혀 있다. 이런 것들이 악, 또는 죄라는 말은 이런 것으로 자기 생명을 성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어쨌든지 이사야는 자기가 망하게 되었다고 외치면서 자신이 부정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태도다. 절대자 앞에서는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자신이 악하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도 자신들을 죄인으로 고백하면서 ‘떠나 달라.’고 말했다. 지난 2천년에 걸쳐 내려오는 기독교 예배에 ‘주여, 용서해주소서.’(키리에 엘레이송)라는 기도가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고백과 기도는 자학이 아니라 오히려 해방과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