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40)

조회 수 1831 추천 수 0 2015.04.04 09:47:40

 

40) 44()- 성 토요일

 

<본문읽기>

14:1-14

1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2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서 시들며 그림자 같이 지나가며 머물지 아니하거늘 3 이와 같은 자를 주께서 눈여겨보시나이까 나를 주 앞으로 이끌어서 재판하시나이까 4 누가 깨끗한 것을 더러운 것 가운데에서 낼 수 있으리이까 하나도 없나이다 5 그의 날을 정하셨고 그의 달 수도 주께 있으므로 그의 규례를 정하여 넘어가지 못하게 하셨사온즉 6 그에게서 눈을 돌이켜 그가 품꾼 같이 그의 날을 마칠 때까지 그를 홀로 있게 하옵소서 7 나무는 희망이 있나니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 가지가 끊이지 아니하며 8 그 뿌리가 땅에서 늙고 줄기가 흙에서 죽을지라도 9 물 기운에 움이 돋고 가지가 뻗어서 새로 심은 것과 같거니와 10 장정이라도 죽으면 소멸되나니 인생이 숨을 거두면 그가 어디 있느냐 11 물이 바다에서 줄어들고 강물이 잦아서 마름 같이 12 사람이 누우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하늘이 없어지기까지 눈을 뜨지 못하며 잠을 깨지 못하느니라 13 주는 나를 스올에 감추시며 주의 진노를 돌이키실 때까지 나를 숨기시고 나를 위하여 규례를 정하시고 나를 기억하옵소서 14 장정이라도 죽으면 어찌 다시 살리이까 나는 나의 모든 고난의 날 동안을 참으면서 풀려나기를 기다리겠나이다

 

31:1-4, 15-16

1 여호와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나를 영원히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 주의 공의로 나를 건지소서 2 내게 귀를 기울여 속히 건지시고 내게 견고한 바위와 구원하는 산성이 되소서 3 주는 나의 반석과 산성이시니 그러므로 주의 이름을 생각하셔서 나를 인도하시고 지도하소서 4 그들이 나를 위하여 비밀히 친 그물에서 빼내소서 주는 나의 산성이시니이다 ... 15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사오니 내 원수들과 나를 핍박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 16 주의 얼굴을 주의 종에게 비추시고 주의 사랑하심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벧전 4:1-8

1 그리스도께서 이미 육체의 고난을 받으셨으니 너희도 같은 마음으로 갑옷을 삼으라 이는 육체의 고난을 받은 자는 죄를 그쳤음이니 2 그 후로는 다시 사람의 정욕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육체의 남은 때를 살게 하려 함이라 3 너희가 음란과 정욕과 술취함과 방탕과 향락과 무법한 우상 숭배를 하여 이방인의 뜻을 따라 행한 것은 지나간 때로 족하도다 4 이러므로 너희가 그들과 함께 그런 극한 방탕에 달음질하지 아니하는 것을 그들이 이상히 여겨 비방하나 5 그들이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기로 예비하신 이에게 사실대로 고하리라 6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이는 육체로는 사람으로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을 따라 살게 하려 함이라 7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8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27:57-66

57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의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 58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주라 명령하거늘 59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60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61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 62 그 이튿날은 준비일 다음 날이라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모여 이르되 63 주여 저 속이던 자가 살아 있을 때에 말하되 내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노니 64 그러므로 명령하여 그 무덤을 사흘까지 굳게 지키게 하소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도둑질하여 가고 백성에게 말하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면 후의 속임이 전보다 더 클까 하나이다 하니 65 빌라도가 이르되 너희에게 경비병이 있으니 가서 힘대로 굳게 지키라 하거늘 66 그들이 경비병과 함께 가서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지키니라.

 

 

<집중 묵상구절>

27:66

그들이 경비병과 함께 가서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지키니라.

 

<묵상>

오늘이 내일 부활절을 하루 앞둔 사순절 마지막 날이다. 예수는 결국 십자가에 처형당했다. 가룟 유다가 예수를 배신하지 않았다면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안 일어났을까? 산헤드린 법정에서 생각 깊은 어느 한 의원이 예수에 대한 신성모독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면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안 일어나든지, 아니면 상당한 기간 유보될 수 있었을까? 5:27절 이하에 따르면 베드로를 비롯한 몇몇 제자들도 훗날 산헤드린 재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예수를 제거한 전력이 있던 산헤드린은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제자들까지 제거하려고 했다. 그때 의원 중의 한 사람인 가말리엘이 산헤드린 동료들을 설득한 바람에 제자들은 태형만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어느 집단에나 있으니까 예수 재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긴 했다. 빌라도는 예수를 태형에 처하고 풀어줄 생각도 있었지만 대제사장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만약 빌라도가 자신의 처음 생각을 그대로 밀어붙였으면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예수 스스로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예루살렘에 들어오지 않고 갈릴리 지역에 머물면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서 모든 가정은 무의미하다. 예수는 결국 로마 형법에 의해서 십자가에 처형당했다. 아침 아홉 시에 십자가에 달려서 여섯 시간 동안 고통 받다가 오후 세 시에 숨을 거두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형수의 시체는 상당한 기간 동안 십자가에 매달아 놓는다. 일벌백계의 의미다. 그런데 예수의 경우는 달랐다. 네 복음서가 예수 시체의 처리 과정을 똑같이 전한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이 장면에 등장한다. 마태복음 기자는 그가 부자였으며, 더 나가서 예수의 제자라고 했다. 그는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고 요청했다.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다. 요셉이 그 지역의 원로라서 빌라도가 무시할 수 없었거나, 그 두 사람이 평소 막역하게 지냈거나, 또는 돈 많은 요셉이 뇌물을 적당하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빌라도는 허락한다. 요셉은 시체를 세마포로 싸서 자신의 가족 묘지에 안장한다. 금요일 오후 세 시에 숨을 거두었다면 시체를 처리할 시간이 촉박하다. 곧 안식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체를 씻고 향유를 바르는 최소한의 절차도 생략한 채 세마포로 싸기만 했을 것이다. 27:61절에 따르면 그 장면을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가에서 보고 있었다.

 

제자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마태복음의 설명대로 요셉도 예수의 제자라고 한다면, 비록 열두 제자 명단에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다른 제자들과도 어느 정도 친분은 있었지 않겠는가. 유다는 자기의 행위를 뉘우치고 대제사장들과의 계약을 취소하려다가 거절당하자 자살했다고 한다(27:1-10). 베드로도 역시 예수와의 관계를 세 번에 걸쳐서 부인한 일로 인해서 자책에 빠졌을 것이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현장에 제자들은 가까이 오지 못했다. 십자가 처형은 공개적으로 집행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가까이 올 수 있었는데 말이다. 마태복음은 제자들이 아니라 여자들이 그 현장에 있었다고 전한다. “예수를 섬기며 갈릴리에서부터 따라온 많은 여자가 거기 있어 멀리서 바라보고 있으니 그 중에는 막달라 마리아와 또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세베대의 아들들의 어머니도 있더라.”(27:56). 이들 여자들 중의 두 사람은 예수의 시체가 안장되는 현장에까지 따라왔다. 제자들보다 낫다.

 

이렇게 하룻밤이 지났다. 토요일이다. 본격적인 안식일이다. 예수 제거에 성공한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은 그래도 뭔가 불안했던 것 같다. 빌라도에게 찾아가서 이렇게 제안한다. 어제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라는 자가 살아 있을 때 말하기를 자기가 죽은 다음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큰 소리를, 헛소리지만, 쳤다. 혹시라도 그의 제자들이 예수의 시체를 빼돌리고 다시 살아났다고 주장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터이니, 이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서 무덤 경비를 좀더 철저하게 조치해 달라. 빌라도는 그렇지 않아도 예수 처형의 책임을 이스라엘에게 돌리면서도 마음 한편이 찜찜했었다.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었다. 당신들도 경비병들이 있으니 당신들이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을 돌렸다. 반쯤 허락을 받은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은 자기들이 부리고 있는 경비병들을 그곳에 배치하고 무덤의 돌문을 아예 봉인해버렸다. 자신들의 불안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완전범죄의 시도다. 참으로 꼼꼼한 수작이다. 이런 건 오히려 악의 허약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성 주간의 토요일은 예수가 무덤에 묻혀 있는 날이다. 실제로는 금요일부터 무덤에 묻혔으나 온전한 하루를 묻힌 날은 토요일이다. 악이 완전히 승리한 날이다. 하나님이 침묵한 날이다. 그러나 이런 날은 하루로 족하다. 날짜 숫자로만은 사흘로 충분하다. 아무리 경비병을 세우고 돌을 인봉한다고 해도 예수를 계속 무덤에 가둬둘 수는 없다. 이 세상의 그 어떤 힘으로도 하나님의 통치를, 하나님의 궁극적인 승리를 막을 수는 없다. 하루 이틀 꽃샘추위가 찾아온다고 해서 봄을 막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예수가 무덤에 묻혀 있던, 즉 하나님이 침묵하는 듯이 보였던 토요일의 순간인지 모르겠다. 기독교인은 그런 순간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믿는다. 그리고 희망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침묵의 순간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성령이 도우시기를!

 

<기도>

주님, 경비병들과 인봉된 돌 앞에서 겁을 먹지 않도록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부활의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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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4.04 09:51:32

오늘이 사순절 묵상 글쓰기 마지막 날입니다.

저와 함께 사순절 묵상의 길을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일 부활절이 여러분들에게

절정의 기쁨과 하나 되는 축제의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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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6]바이올렛

2015.04.04 11:19:38

사순 절기 동안 작은소리로 읽고 묵상하면서

아주 소극적이었지만...

주님의 고난의 길에 동참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부활 생명의 기쁨이 세계곳곳...모든사람들에게...

넘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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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4.04 22:23:02

예, 내일 부활주일에 좋은 예배를 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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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문전옥답

2015.04.04 15:16:20

목사님 고생하셨습니다.

의미있는 사순절 기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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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4.04 22:23:51

이번 사순절이 의미 있었다니

저도 기쁩니다.

부활절에 기쁨이 더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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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사막교부

2015.04.04 11:56:48

목사님,

그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덕분에 올 사순절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여러 본문과 묵상글을 아울러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활의 주, 그분의 평강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The God who is revealed, The God who is hidden...


숨어계시는 듯 보여도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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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4.04 22:25:17

멀리 계신 사막교부 님에게도

이런 말씀의 교제가 가능하니

인터넷이 좋은 점도 많군요.

부활의 기쁨도 함께 전합니다.

 

[레벨:23]브니엘남

2015.04.04 21:39:35

목사님 묵상 글을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마가복음 10장 34절을 보면 주님은 '삼일 후에'(μετὰ τρεῖς ἡμέρας) 부활하신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나흘 째 날에 부활하신 것입니다.

마태복음이나 마가복음이나 누가복음이나 고린도전서와는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 책들은 '제 삼일 에'라고 되어 있습니다.

명백히 하루가 차이가 납니다.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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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4.04 22:54:28

헬라어 전치사를 비교하면서 설명할 자신이 없군요.

대신 좀 설명해주세요.

설령 전치사에 따라서 하루 차이가 난다해도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요?

좋은 부활절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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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4]또다른세계

2015.04.06 09:39:30

이번 사순절은... 

목사님의 사순절묵상이 있어

더 특별한 사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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