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57)- 말라버린 배추

조회 수 1090 추천 수 0 2015.02.10 23:52:48

 

말라버린 배추

 

작년 늦가을에 집사람이 청소년 시절 다니던 교회 친구 집을 오랜만에 방문했다가 배추 몇 포기를 얻어왔다. 배추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온전한 걸로 먹지 못할 정도로 상했다. 그런 부분을 벗겨내고 속에 남아 있는 것만 추려내서 쌈으로 먹기도 하고, 배추 국으로 먹기도 했다. 벗겨낸 것을 멀리 음식 쓰레기 모아놓은 곳으로 가져가지 않고 일부터 식탁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마당에 던져 놓았다. 그게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고 싶었다.

결과는 물론 뻔하다. 처음에는 상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기운은 남아 있었던 것이어서 수북한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숙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오래 되어 낡아빠진 걸레조각이 되고 말았다. 지난날 배추였다는 흔적만 겨우 보일 뿐이지 생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629 사순절 묵상(17) [6] 2015-03-09 1287
3628 사순절 묵상(16) 2015-03-07 1117
3627 사순절 묵상(15) [6] 2015-03-06 1186
3626 사순절 묵상(14) 2015-03-05 1085
3625 사순절 묵상(13) [5] 2015-03-04 1340
3624 사순절 묵상(12) 2015-03-03 1416
3623 사순절 묵상(11) 2015-03-02 1497
3622 사순절 묵상(10) [2] 2015-02-28 1677
3621 사순절 묵상(9) 2015-02-27 1249
3620 사순절 묵상(8) [2] 2015-02-26 1388
3619 사순절 묵상(7) [2] 2015-02-25 1334
3618 사순절 묵상(6) 2015-02-24 1191
3617 사순절 묵상(5) [4] 2015-02-23 1411
3616 원당일기(64)- 토지읽기(11) [4] 2015-02-22 1399
3615 사순절 묵상(4) 2015-02-21 1320
3614 사순절 묵상(3) 2015-02-20 1394
3613 사순절 묵상(2) [2] 2015-02-19 1572
3612 사순절 묵상(1) [4] 2015-02-19 2994
3611 원당일기(63)- 구정 연휴 전야 [2] 2015-02-17 1386
3610 원당일기(62)- 늦겨울 비 2015-02-16 1440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