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58)- 이장님

조회 수 1360 추천 수 0 2015.02.11 22:50:20

 

이장님

 

작년부터 우리 동네 이장님이 가장 젊은 분으로 바뀌었다. 바로 직전의 이장님은 70대 초반인 분이었다. 우리가 짐을 다 싸서 완전히 이사 오기 3,4년 쯤 전, 주말에만 와서 설교 준비를 하기 위해 15평 조립식 건물을 지었을 때다. 아내와 함께 마을 회관에 가서 이장님께 여차여차 해서 오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집을 짓기 전에 인사를 해야지 이제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여러 주민들이 들이닥쳤다. 그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리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생각하고 있었지만 바쁘기도 했고, 건축을 맡은 분이 주민들 문제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해결할 테니 다 끝난 뒤에 인사를 해도 늦지 않다는 말을 들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제야 간 것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빌었다. 여러 어른들이 한참 나무라더니 앞으로 잘하라는 말로 서로 화해를 했다. 그 뒤로 살림집을 증축해서 주소지도 옮기고 이리로 온 지 이제 2년이 다 되간다. 그동안 동네 어른들과 잘 지냈다. 동네 일이 있을 때 가능한대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오가다 만나면 인사도 꼬박꼬박 잘했다. 외지인들 말을 들어보니 원당 사람들의 텃세가 세다고 하던데, 실제로 지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대다수가 원당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 그렇게 한평생을 보내고 지금 자식들 잘 되기만 바라면서 노년을 보내는 분들이다. 처음 마을회관에서 버럭 하고 소리를 치시던 이장님과도 지금은 잘 지낸다. 우리 집에 남동쪽으로 직선거리 3백 미터 채 못 미쳐 그분의 빨간 벽돌 단층집이 보인다. 그분들 장례를 내가 다 챙겨야하지 않겠는가.


[레벨:12]샨티

2015.02.12 18:09:25

그분들 장례를 내가 다 챙겨야하지 않겠는가.

→ 원당마을 담임목사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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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2.12 22:37:03

원당에 교회 하나 세웠으면 합니다.

교회보다는 수도원을 세우면 더 좋겠지요.

내 마지막 꿈은 수도원장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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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15.02.14 01:25:50

ㅎㅎ 목사님.. 원당리 구경 한번 가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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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2.14 23:32:55

원당 구경하러 오세요.

비행기 값이 너무 많이 들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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