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59)- 젊은 이장님

조회 수 1230 추천 수 0 2015.02.12 22:33:17

젊은 이장님

 

작년부터 이장 직을 넘겨받는 분은 오십대 후반 쯤 되는 남자다. 그 분은 우리 바로 아랫집에 산다. 우리가 집을 지을 때 피해를 가장 크게 본 집이다. 그분의 어머님은 싫은 소리를 좀 하셨지만 이장님은 나에게 직접 불평을 한 적이 없다. 원당에 사는 분들 중에서 이분의 나이가 가장 어리다. 주민등록증을 까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집사람과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분 위로 나고, 그 뒤로 60대 중반에 속한 이들이 두 세분이고, 나머지는 모두 70대 이상이다. 우리가 이곳에 이사 온 뒤로 두 분이 돌아가셨다.

요즘 아침 마다 젊은 이장님의 안내방송을 듣는다. 여름철에는 아침 6시에 방송할 때도 있지만, 요즘은 대체로 7시다. 한창 추울 때는 안내 방송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 잦아졌다. 농사철이 가까이 온다는 증거다. ‘알려드립니다. 퇴비 신청하실 분들은 오늘 저녁 5시까지 회관으로 나와 주십시오.’ 이런 방송이다. 농지명부가 있는 분들은 값싸게 퇴비를 구입할 수 있다. 퇴비만이 아니다. 포도송이를 싸는 봉투도 싸게 산다. 농사용 기름도 면세로 받을 것이다. 요즘 농촌에 정부 지원이 많다. 건강하기만 하면 농사를 져도 먹고 사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에는 영농 자금을 쓸 분들에 대한 안내방송도 있었다. 아주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나보다 젊은 남자가 원당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오가다 만나면서 서로 익숙해졌다. 사람이 순하다.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혼자 산다. 주로 포도 농사를 진다. 작년에 내가 서른 상자를 받아서 대구샘터교회 교인들에게 대신 팔아줬다. 맛도 좋았다. 나는 농지명부가 없어서 퇴비를 싸게 사지 못한다. 이장님이 대신 구입해서 싸게 주겠다고 작년 늦가을에 약속했는데, 그분이 까먹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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