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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오늘 아침에도 나는 혼자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삶은 달걀도 하나 먹었다. 방학 중에는 아내와 딸들이 다들 아침이 늦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식사를 함께 할 때가 많았는데, 커서 각자 일이 많아지니 따로 먹을 때가 대부분이다. 밥은 함께 먹어야 맛있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혼자 먹는 게 오히려 맛있다. 심리적으로 병적인 증상처럼 보이긴 하는데, 어쩔 수 없다.
요즘은 커피를 손으로 뺀다. 우선 커피 가는 기계에 네 스푼 정도의 알 커피를 넣고 손으로 돌려 간다. 커피 가루를 커피 거름종이에 넣고 내리면 된다. 나는 머그잔으로 찰찰 넘치게 한 잔을 마시고, 그것보다 약간 적은 분량으로 남겨 두는 것은 나중에 집사람이 마신다.
혼자 마실 때는 커피 잔에 담긴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자주 있다. 그 색깔이 예쁘다. 지구에 있는 색깔 치고 예쁘지 않은 게 없겠지만, 커피 색깔은 유난히 정감이 간다. 표면에 살짝 덮여 있는 거품도 나름 볼거리다. 맛과 향에 대해서는 다들 아는 이야기이니 말하지 않겠다. 그게 액체라는 게 나에게는 신비롭다. 그리고 그걸 내가 마실 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신비롭다. 커피 알, 분쇄기, 손, 물, 잔, 커피 거름종이, 그리고 중력 등이 다함께 어울려 내 아침 식탁에서 벌어지는 마술 쇼로 인해 나는 황홀하다.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
평범한 일상이 신비로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