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52)- 토지읽기(7)

조회 수 1547 추천 수 0 2015.02.04 23:15:47

 

토지 읽기(7)

 

조준구는 서희가 어렸을 때 죽은 아버지 최치수의 6촌 형이다. 인간 군상 중에서 가장 악랄하고 비열한 인물로 묘사된다. 평사리 주민 하나를 찍어 최치수를 살해하도록 암시했다. 일이 그렇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희 할머니가 전염병으로 죽어 어린 조카 서희만 남게 되자, 노골적으로 재산을 강탈하기 시작했다. 그는 욕망만 컸지 사업 수단이 없었다. 만석 재산을 다 잃는다. 그것은 먼 훗날 다시 서희의 손에 들어갔다. 조준구에게는 장애인 아들인 병수가 있다. 아들이 있다는 자실 자체를 조준구와 그의 아내는 크게 부끄러워한다. 재산을 빼앗기 위해 서희와 결혼시키려고 했지만 서희는 물론이고 병수도 완강히 거절했다. 병수 혼자 평사리 고가에 남아 지냈다. 목숨을 버릴 마음도 많았고, 그렇게 시도도 했으나 겨우 목숨을 부지하다가 통영에 가서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 일을 배웠다. 그는 가장 뛰어난 소목장이 되었다. 평생을 남 속이고 거드름 피우고 잔꾀나 부리다가 모든 재산을 말아먹고 건강도 잃은 조준구는 아들 병수에게 와서 말년을 보낸다.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악독한 성질은 버리지 못한다.

 

일 년 동안 조준구는 호의호식, 보약이다 뭐다 하며 입에 맞지 않은 음식을 몇 번이고 퇴하면서 아들의 살림을 뿌리째 뽑으려 들었다. 그는 잔인한 폭군이요 악마였다. 특히 아들에게는 가학적 쾌감으로 괴롭혔다. 때론 노망이 든 것처럼 가장을 하면서 행패를 부렸고 때론 노골적인 잔인성을 얼굴 가득히 나타내며 아들의 불구를 조롱하곤 했다. 희망도 낙도 없이, 죽음의 공포를 잊으려고 그랬는지 모른다. 아니면 마약같이 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악()도 그러한 생리일까. 악을 행하는 것도 쾌감일까. 지금은 그의 인생의 끝머리, 그 대상이 아들 말고 누가 있는가. 실로 저주받은 생애라 할밖에 없다. 보다 못해 손자나 자부가 항의를 하면 어디서 힘이 솟는지, 아래 말고 위쪽의 눈 흰자위를 허옇게 드러내며 스틱을 들고 쫓아오곤 했다. 뿐만 아니었다. 집에서 부리는 여자아이나 아낙에게 추잡하게 굴어서 집안 망신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일하는 사람이 집에 붙어나질 못했다. (1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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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4]또다른세계

2015.02.05 09:49:22

조준구의 말년의 삶이 이렇군요...

4권부터 다시 읽을까 하다가 아니다 싶어서 다시 3권부터 읽고 있습니다. 

마침 어제 읽은 대목이 조준구가 서울에서 식솔들을 데리고 최참판댁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거기에 병수가 처음으로 등장을 합니다.

아들이 곱추인 것을 자기 탓으로 여겨 아내에게는 맥을 추지도 못하더니

그런 아들을 죽을 때까지 괴롭히고, 마지막까지 아들의 등골을 빼먹는군요...

참...조준구의 삶이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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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2.05 23:05:16

조준구가 가족을 데리고 최참판댁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박경리 선생님은 우리말을 어찌 그리 맛갈나게 잘 쓰시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언제 한번 <토지> 독자 모임을 가져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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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9]愚農

2015.02.05 21:53:37

토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2권에 들어갔는데 작가 박경리 선생님의 박학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습니다.

한줄 한줄의 글들이 보석같이 아름답고 인생의 깊이를 담아내고 있군요.

깊이 공감하며 즐기고 있고 대학시절에 만난 적이 있는 박경리 선생님의 고운 얼굴이 생각나네요

 

오늘의 명대사 하나

"입에 붙은 말이 아니라 봉순이가 크면 중신애비 땜에 개가 목이 쉴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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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2.05 23:08:17

우농 님의 그 놀라움을 저도 실감합니다.

명대사로 인용하신 저 멘트를 저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봉순이가 노래를 잘한다는 뜻인지,

또는 매력적인 여자라는 뜻인지.

이 소설을 잘 따라가려면 속담을 많이 알아야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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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9]愚農

2015.02.05 23:24:25

봉순이의 인물이 좋아서 중신애비가 하도 많이 들락거리니 개가 짖다가 목이 쉰다는 뜻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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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2.05 23:40:07

그렇군요.

역시 우농 님에게 늘 많이 배웁니다.

편안한 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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