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218)- 목사 부인(2)

조회 수 1633 추천 수 0 2014.12.19 23:06:35

 

목사 부인(2)

교회에서 목사 부인의 위치는 독특하다. 평신도도 아니고, 교역자도 아니고, 집사나 권사도 아니다. 그냥 목사의 부인일 뿐이다. 그 정체성이 애매하다. 목사 부인 행세보다는 그냥 신자로서 신앙생활 하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한국교회 정서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게 일종의 특권으로 작동된다. 목사 부인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자기를 과시할 수 있다. 목사는 괜찮은데 목사 부인 나대는 거 보기 싫어서 교회 가기 싫다고 말하는 신자들이 나올 정도다.

 

아주 오래 전에 정연희 씨의 <8요일>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주인공은 대도시에 있는 중형 교회의 담임 목사다. 그는 성실한 목사로서 목회에도 성공한 사람이다. 어느 날 그가 새벽 기도회 후에 실종되었다. 교회에서 야단이 났다.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목사의 아내도 남편의 행방을 몰랐다. 이 사람은 남 보기에 목회에 성공했지만 정신적으로 목회를 견뎌낼 수 없었다. 친구인 정신과 의사와 상담했다. 친구는 목사의 삶이 갑충과 같다고 진단했다. 종교라는 형식에 갇혀서 내면의 삶이 피폐해져갔다. 목사는 자기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아내에게 몇 번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하는 말이 이렇다. ‘목사님, 요즘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기도원에 가서 40일 금식 기도 하고 오세요.’ 대충 내 기억에 남는 이야기다. 목사인 남편보다 아내인 사모의 믿음이 더 좋았다는 말이다. 인간적인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목사 부부의 문제가 한국교회 병폐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profile

[레벨:23]홀리아빠

2015.05.23 11:54:45

목사님의 글을 읽어가는 재미와 기쁨을 느끼면서 신학함이 무엇인가 하는 짧지만

나름 당찬 사고를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언어의 세계, 존재에 대한 고민, 성경을 통한 하나님의 계시 등등

읽고 또 읽어 공부해야 할 양이 엄청나다는 도전을 받으면서요.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는 육아에 집중하고 그나마 이성적 사고를 한다지만

아직은 대화되기가 쉽지 않는 신앙관의 차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렇게 고민의 글을 드려봅니다.

지금까지의 교회에서 습득하고 훈련해온 모든 신앙의 행위들과

표현들은 대부분 근본주의의 형태를 가지고 학습되어 온 것이라

저 또한 그런 배경에서 자라 신학공부를 통해 그나마 우리의 자리를

더듬어가고 있는데요.

아내 또한 그런 신앙으로 자라왔기에 그렇게 표현하고 기도와 예배를

드립니다.

허나 저는 안타까움에 근본주의의 성격을 띈 신앙의 표현과 행위들을

거부하고 은연중에 당신은 틀렸다는식의 뉘앙스로 대화가 되니

아내는 그것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는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실존과도 같은 신앙적 대화를 남편과

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숨기게 되고 부부간에 친밀함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서 슬프다 합니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나의 신학함이 잘 못되었나

그러면서 나 또한 오류에 빠져 또다른 근본주의?로 재단하고 판단하여

신앙의 참 세계를 벗어나고 있는가.

혼란이 있습니다.

구도자로 사는 것이 신앙인이고 그 길을 가도록 안내하고 도전하는

목사의 일이라면 그의 아내 또한 함께해야 할텐데..

정식 신학공부를 해야할지..

참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5.05.23 17:39:20

홀리 님,

목사 부부 문제는

신앙의 색깔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깔려 있어요.

사실 목사 부부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게

수행의 자세가 아니면 어렵습니다.

일단 부부가 일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게 좋아요.

결정적으로 잘못한 일이 아니라면

시시비비를 자꾸 따지는 것도 좋지 않아요.

물론 이게 잘 안 됩니다.

사람은 자기 중심으로 다른 이들과 세상을 보기 때문에

다른 걸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거꾸로 부럽게 생각할 때가 많아요.

부부가 티걱태걱할 수밖에 없어요.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그냥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이가 들면 저절로 해결됩니다.

갈등의 시간을 줄이는 게 좋은데,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요.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부부가 서로 통하는 일을 늘려가고

다른 일은 줄여가는 겁니다.

부부가 정치 견해가 다를 때는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아야지요.

신앙 색깔이 다를 때도 신앙 얘기는 줄이는 게 좋겠지요.

그냥 친구처럼 지내도 됩니다.

하여튼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 염려하지 마세요.

좋은 주일을 맞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585 원당일기(37)- 거미 2015-01-17 1301
3584 원당일기(36)- 대원당길 111 file [5] 2015-01-17 1308
3583 원당일기(35)- <토지> 읽기 (4) [2] 2015-01-15 1578
3582 원당일기(34)- 마을 앞 고속도로 2015-01-14 1214
3581 원당일기(33)- <토지> 읽기(3) [2] 2015-01-13 1566
3580 원당일기(32)- <토지> 읽기(2) [4] 2015-01-12 1329
3579 원당일기(31)- <토지> 읽기(1) [2] 2015-01-10 1552
3578 원당일기(30)- 안과를 다녀와서 [2] 2015-01-09 2015
3577 원당일기(29)- 누이들 [2] 2015-01-08 1438
3576 원당일기(28)- 우편함 file [3] 2015-01-08 1798
3575 원당일기(27)- 주현절 2015-01-06 1621
3574 원당일기(26)- 색즉시공 [4] 2015-01-05 1959
3573 원당일기(25)- 남매 [2] 2015-01-03 1459
3572 원당일기(24)- 쥐 죽은 듯... [2] 2015-01-02 1796
3571 원당일기(23)- 새해 인사 2015-01-01 1890
3570 목사공부(228)- 목사의 구원(4) [4] 2014-12-31 1711
3569 목사공부(227)- 목사의 구원(3) [6] 2014-12-30 1821
3568 목사공부(226)- 목사의 구원(2) [2] 2014-12-29 1390
3567 목사공부(225)- 목사의 구원(1) [2] 2014-12-27 2037
3566 목사공부(224)- 목사 부인(8) [3] 2014-12-26 1533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