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193)- 죽음(2)

조회 수 1912 추천 수 0 2014.11.20 22:06:01

 

죽음(2)

 

이제 내가 죽음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우선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죽음에 대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기억해내야겠다. 첫 경험은 어머니의 죽음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다. 7남매를 낳으셨지만 육이오 때 하나를 읽고 막내가 겨우 한 살을 넘긴 40대 초반의 어머니는 뇌수술을 크게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 그 과정에서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몇 장면이 오래된 영화의 스틸 자신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열 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 큰 누님의 손에 끌려 다른 곳에서 요양하고 있던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분은 앉은 채 방문을 열고 우리를 맞았다. 그 모습이 나에게 너무나 낯설었다. 반쯤 풀어헤친 긴 머리카락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오래 머리를 감지 않은 탓인지 끈적거려보였다. 어머니에게 가서 안기라는 누님의 말을 들었지만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다. 어머니에게 대한 기억이 그 외에 한두 개밖에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어머니가 요양 하느라 우리 가족과 오래 떨어져 지내셨는지 모르겠다.

 

철이 없었던 탓인지 모르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상실감을 당시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다. 얼마 뒤 학교에 갔을 때 담임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용섭이 어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단다.’ 하고 말씀하셨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과 친척들을 반갑게 맞으러 힘차게 달려갔던 내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윈 상실감은 아주 천천히 오래 동안 나의 무의식에 자리하고 있었다. 죽음은 극한의 상실감이 아니겠는가.


profile

[레벨:43]웃겨

2014.11.21 01:10:31

일찍 어머니를 여읜 어린 아이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상실감은 어떤 형태로 표출 되어질까.. 긍금하기도 하면서 

죽음이 극한의 상실감이라는 말씀이

너무나 공감이 갑니다.

저도 새로 시작하신 이번 주제,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4.11.21 17:04:10

자유혼 님이 최근에 부친상을 당하셔서

죽음 문제에 더 실감이 되는가 봅니다.

 

[레벨:11]그흥나쇠

2014.11.21 06:06:52

http://youtu.be/QvFLBs9S8FY


목사님의 죽음에 대한 개인적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내 기억에 아스라이 떠오르는 샹송 하나가 있군요


다시 들어보면서  노래의 '고독' 이란 단어 대신 

각자의 운명적 단어를 하나씩 집어 넣어 불러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죽음, 부활, 어머니, 예수....


고독이라는 친구가 있어 절대 외롭지 않다


MA SOLITUDE

나의 고독

(Georges Moustaki)


Pour avoir si souvent dormi 

Avec ma solitude 

Je m'en suis fait presqu'une amie 

Une douce habitude 

나는 고독과 함께

너무 자주 잠들었기 때문에

나는그 고독을  달콤한 습관삼아

항상 애인 처럼 지내지

 

Elle ne me quitte pas d'un pas 

Fidele comme une ombre 

Elle m'a suivi ca et la 

Aux quartre coins du monde 

그 고독은 나를 한 발도 떠나지 않고

그림자처럼 충실하게

여기 저기 세상 구석 구석까지

나를 따라 다녔지


Non, je ne suis jamais seul 

Avec ma solitude 

아니, 나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나의 고독과 함께라면


Quand elle est au creux de mon lit

Elle prend toute la place 

나의 고독이 내 침대에 누우면

그 녀는 내 자리를 모두 차지해 버리지


Et nous passons de longues nuits 

Tous les deux face a face 

Je ne sais vraiment pas jusqu'ou 

Ira cette complice 

Faudra-t-il que j'y prenne got 

Ou que je reagisse? 

그리고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며

우리는 긴긴 밤들을 보내지

나는 이 은밀한 공범과

어디까지 가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

나는 그녀를 받아 드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저항을 해야 하는 걸까?


Non, je ne suis jamais seul 

Avec ma solitude 

아니, 나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나의 고독과 함께 라면


Par elle, j'ai autant appris 

Que j'ai verse de larmes 

Si parfois je la repudie 

Jamais elle ne desarme 

나의 고독을 통해 

내가 눈물을 흘린 만큼

나는 성숙해 졌지

때로는 나는 그녀를 외면했지만

그녀는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지


Et si je prefere l'amour 

D'une autre courtisane 

Elle sera a mon dernier jour 

Ma derniere compagne 

그리고 내가 때로는 다른 것의

사랑을 더 선호 했지라도

나의 마지막 날에는 결국

그녀만 나의 최후의 동반자로 남겠지


Non, je ne suis jamais seul 

Avec ma solitude 

아니, 난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나의 고독과 함께라면


Non, je ne suis jamais seul 

Avec ma solitude 

아니, 난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나의 고독과 함께라면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4.11.21 17:05:43

그흥나쇠 님 덕분으로

오랜만에 샹송 잘 들었습니다.

고독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다니, 음

재미있군요.

 

[레벨:21]beginner

2014.11.21 09:49:34

마치 그림처럼 어린  목사님의 모습이 떠올라 울컥했네요.

저나 목사님처럼 일찍 어머니를 떠나보낸  사람은 

늘 무의식속에서도 슬픔 한덩이를 안고 사는거 같아요.

그리고 늘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요.

극한의 상실감이라는 단어가 아프네요.

앞으로의 묵상에서는 어떤 글이 쓰여질까  기대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4.11.21 17:07:21

저보다도 여고시절에 어머니를 잃은 집사님의 슬픔이

더 깊고 더 실질적이었겠지요.

저야 뭐 너무 어려서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지낸 거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548 목사공부(206)- 죽음(15) 2014-12-05 1266
3547 목사공부(205)- 죽음(14) 2014-12-04 1261
3546 목사공부(204)- 죽음(13) 2014-12-03 1390
3545 목사공부(203)- 죽음(12) 2014-12-02 1289
3544 목사공부(202)- 죽음(11) [6] 2014-12-01 1692
3543 목사공부(201)- 죽음(10) 2014-11-29 1725
3542 목사공부(200)- 죽음(9) 2014-11-28 1523
3541 목사공부(199)- 죽음(8) [2] 2014-11-27 1580
3540 목사공부(198)- 죽음(7) 2014-11-26 1341
3539 목사공부(197)- 죽음(6) 2014-11-25 1528
3538 목사공부(196)- 죽음(5) 2014-11-24 1371
3537 목사공부(195)- 죽음(4) 2014-11-22 1538
3536 목사공부(194)- 죽음(3) 2014-11-21 1633
» 목사공부(193)- 죽음(2) [6] 2014-11-20 1912
3534 목사공부(192)- 죽음(1) [2] 2014-11-19 1801
3533 목사공부(191)- 심방(7) 2014-11-18 1257
3532 목사공부(190)- 심방(6) 2014-11-17 1577
3531 목사공부(189)- 심방(5) 2014-11-15 1340
3530 목사공부(188)- 심방(4) 2014-11-14 1708
3529 목사공부(187)- 심방(3) [2] 2014-11-13 1563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