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4)

오늘 한국교회에 장로제도가 정(고)착됨으로써 벌어진 가장 큰 문제는 교회 작동의 아마추어리즘이다. 교회의 전문성이 실종된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교회는 병원과 비슷하다. 병원이 사람의 몸을 고치는 기구라면 교회는 사람의 영혼을 고치는 기구다. 병원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보라. 암에 걸린 사람이 들어왔다고 하자. 그 사람의 치료는 담담 의사를 중심으로 내과 외과 등, 여러 전문 의사들이 감당한다.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이 환자 치료에 참여하겠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무직원은 사무가 잘 돌아가도록 돕는 일만 하면 된다. 환자 치료는 의사의 고유 업무다. 교회 업무도 일단 전문직으로 나선 목사의 고유 업무다. 목사가 잘했으면 장로가 목회에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 하는 반론이 가능하다. 이건 좀 다른 문제다. 지금 우리는 다른 것을 전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장로라는 이유로 목회와 신학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는 중이지, 목사 개인의 자질 문제는 아니다.

아마추어리즘이 무엇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담임 목사를 청빙하는 문제가 교회로서는 가장 큰 사안일 것이다. 장로제에서는 이것을 장로들이 결정한다. 시무 장로들로 구성되어 있는 당회에서 결정되면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 통과된다. 장로들이 담임 목사를 청빙할 때의 기준은 아마추어 수준이다. 세상과 똑같이 스펙을 보거나, 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본다. 담임 목사 문제만이 아니라 선교사를 파송한다거나 지역 교회와의 협조 문제도 다 신학적인 것이다. 신학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신학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말인가? 노회나 총회의 일은 개별 교회 일보다 신학적인 안목을 훨씬 더 필요로 한다. 신학 없는 장로들이 단순히 인격과 상식의 차원에서 노회와 총회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는 한국교회는 아마추어리즘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