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1)

앞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주로 했으니까 이제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가벼운 이야기를 당분간 하자. 우선 취미생활이다. 목사에게 취미생활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각자 다를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50년 쯤 전이라고 한다면 고지식한 목사들께서 반대할 수도 있다. 청년들이 교회당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것까지 막던 시절이었으니까 이해할만 하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일어났던 일들 같겠지만 주일을 온전히 성수하기 위해서 극장을 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돈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신앙생활에 젖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목사의 취미생활을 반대하거나, 또는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권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는 흔한 말로 시대가 변했다. 주일이라고 해서 물건을 사지 않는 기독교인들은 없다. 예배 후에 커피집도 드나들 것이다. 목사에 대한 관점도 옛날과는 크게 달라졌다. 온전히 말씀과 기도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목사의 취미생활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취미생활도 취미생활 나름이다. 상류층 인사들에게나 가능한 취미생활은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고가의 스포츠카를 모는 일이나 고미술품 수집 등은 어울리지 않는다.

목사나 신학교 교수들 중에는 장서 수집을 취미로 하는 이들이 제법 된다. 수천 권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수만 권을 넘기도 한다. 책을 구입하기 위해서 투자하는 돈도 돈이지만 본인이 원하는 책을 구입하기 위해서 온오프를 막론하고 국내외 서점을 뒤지느라 쓰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이런 취미생활은 고상하기는 하지만 목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장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이라도 실제로 읽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나는 책이 별로 많지 않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걸 취미로 삼을 정도는 아니다. 수년 전에 이사를 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책을 필요한 다른 이들에게 주었다. 앞으로 나이가 들면서 책은 더 읽겠지만 소장하고 싶은 생각은 점점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