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146)- 교회개척(4)

조회 수 1772 추천 수 0 2014.09.25 22:54:10

 

교회개척(4)

 

나는 현풍교회를 1997년 말에 그만두고, 1998년부터 2년 동안 영천 성결교회 담임 목사로 지냈다. 소위 말하는 미자립교회였다. 믿기 힘들겠지만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있는 개신교회의 30% 정도가 미자립이라고 한다. 그 교회 신자들의 헌금으로 목사 사례비와 교회 운영비를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충당할 수 없는 교회를 가리킨다. 사회의 기준으로 말하면 절대빈곤층이나 차상위계층을 가리킨다. 나는 영천에서도 교회 형편이 어렵고 교인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목사활동을 했다

 

20003월부터 20012월까지는 독일 베를린에서 안식년으로 보냈다. 그곳에서는 백림성결교회 협동목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지냈다. 말 그대로 목사로서의 활동은 없이 목사직만 유지하는 것이었다. 안식년이라는 핑계로 그야말로 일 년 동안 실컷 놀았다. 베를린을 베이스캠프로 해서 유럽의 여러 나라를 쏘다녔다. 그런 탓인지 지금은 놀고 싶거나, 어디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아무리 멋지고 웅장한 자연경관이나 세련된 문화라는 것도 다 거기서 거기였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원당 숲이 그랜드캐년이나 알프스 계곡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지구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제각각 고유한 빛을 내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아무리 안식년이라고 하지만 어디 놀기만 했겠는가. 성경과 장자를 꼼꼼히 읽었다. 특히 장자는 한자 연습 겸해서 열심히 읽고 쓰고 했다. 그때 장자와 노자가 말하는 도() 개념을 어느 정도 따라잡은 것 같다. 도 안에서, 또는 그 앞에서 사람은 무위를 고백할 수밖에 없다. 도와 성령, 무위와 칭의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베를린 국립도서관에 가서 판넨베르크의 설교집 <Gegenwart Gottes>(하나님의 현재)를 읽고 번역했다. 그 설교집을 통해서 나는 설교와 조직신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성경, 장자, 판넨베르크 설교집을 일 년 동안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서 인문학적 소양이 좀더 풍부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말이 나온 김에 작은 교회를 목회하는 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까 한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큰 교회 목회자들에 비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목회 환경은 없다. 이런 시간에 공부하는 게 최선이다. 석사나 박사 공부를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목사들끼리 모여서 함께 그룹 스터디를 해도 좋다. 또는 혼자 독서하는 것도 좋다. 공부라는 게 말이 그렇지 쉽지는 않다. 목회자들 대다수는 목회 방법론, 교회성장 세미나 등을 찾아다닐 것이다. 교회 성장을 못 시키면 아무 데서도 불러주지 않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이런 행태에 대해 뭐라 말하기는 어렵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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