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척(8)

그 이유를 세 가지만 보자. 첫째, 교회개척의 시대가 지났다. 개신교회는 이미 성장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한국이 종교다원 사회라는 점이다. 개신교, 가톨릭, 불교, 기타가 사이좋게 어울려서 지내고 있다. 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교회를 개척하기보다는 기존의 신자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쪽으로 나가는 게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둘째, 현재와 같은 한국교회의 목회 풍토에서 교회개척은 목사의 영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교회를 개척한 뒤에 신자들이 늘지 않으면 그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목사 스스로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교회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보면 목사의 영혼은 병들게 된다. 거꾸로 신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도 문제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게 되어 하나님과의 관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경우가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다만 이런 위험성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개척교회의 목사는 배고프다. 목사 혼자라면 배고파도 버텨낼 수 있지만 가족이 함께 하는 상태에서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정치력이 뛰어난 목사라면 외부에서 상당한 자금을 끌어들여 재정적으로 어렵지 않게 목회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목사는 배고프면 배고팠지 남에게 손을 잘 벌리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교회 개척은 하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