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3)

장로제도는 원래 캘빈을 태두로 하는 개혁주의 장로교회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목사도 장로로 본다. 교단 이름 자체가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다. 장로제도는 정치적으로 대의제도다. 캘빈이 이것을 가장 민주적인 제도로 여겼던 것 같다. 로마가톨릭의 교황제도나 주교회의에 큰 반감을 갖고 있던 사람이니 일종의 대의제라 할 수 있는 장로제를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제도에 장점이 많긴 하다. 일단 교회 정치를 한 두 사람, 특별히 전문 사역자인 목사가 전횡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신자들 중에서 대표로 뽑힌 사람들의 전체적인 생각을 보아서 펼친다는 점에서 민주적인 것은 분명하다. 현대 정치도 왕정이 아니라 의회민주주의가 대세가 아닌가. 

문제는 교회가 세속 국가나 일반 단체와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에 있다. 국회의원들은 그걸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도지사나 시장들도 그렇다. 그러나 교회의 장로는 다른 전업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교회의 의사결정에 주체로 활동하게 되면 많은 문제가 벌어진다. 여기 잘 나가는 기업체 사장이 있다고 하자. 그는 모든 시간과 인생을 기업을 키우는 데 투자했다. 그가 교회의 장로가 되었다. 그는 이제 목사 청빙으로부터 시작해서 교회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교회마저 기업 논리로 꾸려갈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생각은 잘 바뀌지 않는다. 노름꾼은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조폭도 또 조폭의 논리로 세상을 보고, 부동산 투기꾼도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은행원은 경제논리로 세상을 본다. 교회 문제는 교회 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처리되는 게 상대적으로 옳다. 로마가톨릭교회가 주교회의를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로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