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와 교회(1)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당하게 된 이유는 그가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는 유대교의 율법이나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 체계 안에 갇히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예수님은 유대교 당국과 충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부분에서 예수님은 좀 극단적이셨다.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십자가 처형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단이 어디인지 한번 짚어야겠다. 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유대교 종교 권력자들의 책임을 가장 크게 생각한 반면에 사도신경은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책임을 묻는다. 복음서는 예수님이 산헤드린에 의해서 체포당하시고 심문당한 뒤에 유죄 판결을 받고 로마 총독인 빌라도에게 넘겨진 것으로 보도한다. 복음서에 따라서 약간씩 뉘앙스에 차이가 나지만 예수님을 석방하고 싶어 했던 빌라도는 유대교 당국자들과 그들에 의해 선동된 민중들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예수님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사도행전의 앞부분에 나오는 설교 역시 예루살렘 유대인들에게 메시아 살해의 책임을 묻는다. 반면에 사도신경은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빌라도만 거론한다. 어느 쪽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까? 이것이 우리의 주제가 아니니까 그냥 질문으로 남겨놓고 진도를 나가자.

 

우리의 주제는 교회가 역사에 등장하게 된 단초가 하나님 나라라는 사실이다. 그 하나님 나라는 예수님의 선포와 행위와 운명을 결정했기 때문에 교회는 늘 하나님 나라와 결부되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교회도 운용될 것이다. 만약 하나님 나라를 잘 먹고 잘 사는 것쯤으로 이해한다면 교회도 역시 그런 것만 추구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우주 공간 어디에 있는 천당쯤으로 생각한다면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도 그런데만 관심을 둘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교회 확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교회 성장에만 마음을 둘 것이다.

 

오늘 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목사들이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목회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교회와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다. 하나님 나라의 종말론적 성격에 대해서 아무런 느낌도 없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깊어야만 한다는 말은 아니다. 최소한 교회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목표라는 사실만이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말은 이렇게 할 수 있지만, 실제 목회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 즉 그의 종말론적 통치를 염두에 두기는 쉽지 않다. 한국교회에서 목회의 일상이 너무 처절하기 때문이다. 세상살이에서도 생존에 쫓기면 삶의 의미를 생각하기 힘든 것처럼 목회에서도 교회 운영에 쫓기면 하나님 나라는 물론이고, 성령과의 소통도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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