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와 교회(4)

50명 모이는 교회를 목회하는 사람이나 5천명 모이는 교회를 목회하는 사람이 다를 게 없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사람들의 평가가 일단 다를 것이다. 50명 교회를 목회하는 사람은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5천명 교회를 목회하는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다. 사례비도 다르고, 정치적 발언권도 다르다. 5천명 모이는 교회는 사람이나 돈이 풍부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목회자가 하고 싶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50명 교회는 운영 자체도 힘들다. 이런 실제적인 한계를 목사 개인의 영성으로만 뚫고 나가기는 힘들다. 제도적인 밑받침이 필요하다. 안타깝지만 이게 한국교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극단적인 개교회주의, 즉 반(反)에큐메니컬 풍조에 떨어진 한국의 개신교회는 구조적으로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통치에 집중하는 목사에게 교회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중대형교회 목사들과 소형교회 목사 모두에게 해당된다. 중대형교회 목사들은 자신의 목회 업적에 자족하거나 자만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나님의 통치를 어느 정도 눈치 챈 목사라고 한다면 자신의 목회적 업적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지를 절감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회의 교회다움을 위해서 매진한다. 소형교회 목사들은 생존에 허덕이느라 하나님의 통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나 하나님 통치에 마음을 둔 목사라고 한다면 아무리 작은 교회를 맡고 있다 하더라도 영적으로 비굴하지 않게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나름으로 교회의 교회다움을 위해서 매진한다. 이렇게 중대형교회 목사들과 소형교회 목사들이 하나님의 통치라는 차원에서 의기투합한다면 오늘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해결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 일치를 도모할 것이며, 목회자들 사이에 진정한 코이노니아가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