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

영어 카톨리시티(catholicity)의 번역인 보편성은 원래 지역 교회에 대해서 대교구에 있는 주교회, 감독교회를 의미했다. 지역의 개별 교회도 역시 온전한 교회이고 그것을 감독, 관리하는 노회나 총회도 온전한 교회라는 뜻이다. 교회의 보편성은 교회의 일치와 연관된다. 교회의 단일성이 교회의 수렴적인(intentiv) 보편성을 의미한다면, 교회의 보편성은 교회의 확장적인(extensiv) 일치를 의미한다. 종교개혁 시대의 개신교회는 보편성이 로마가톨릭교회를 암시하는 탓에 개신교회는 ‘일반적인’, 혹은 ‘기독교적인’이라는 말로 대치했다. 우리말 사도신경은 ‘공교회’로 표현했다.

로마가톨릭교회의 교구 제도가 바로 교회의 전형적인 보편성을 가리킨다. 서울교구, 인천교구, 부산교구 등등이 다 교회다. 서울교구에 속하는 모든 가톨릭교회가 하나의 교회를 이룬다. 교구 안에서 인사문제를 처리하고 재정을 처리한다. 사제들은 교구 안에서 순회하고, 사례비도 동일하게 받고, 교회를 새로 설립하는 일도 교구 차원에서 결정하고 시행한다. 물론 신학교육도 교구의 책임이다. 부산교구에 교적을 두고 있는 가톨릭신자는 서울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 교구 차원에서 필요한 사제를 선발하고 교육시키고 발령을 내린다. 원래 감리교회도 교구 중심의 제도로 시작되었다. 감리교회 목사는 청빙을 받는 게 아니라 발령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은 감리교회도 완전히 개교회주의로 떨어졌다. 목사들은 치열한 청빙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담임 목사가 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서 자리 잡은 교회의 보편성이 한국의 개신교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마치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한 사람들이 사회주의 체제로 돌아갈 수 없는 거와 같다. 다만 소극적으로나마 보편성의 기운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는 있다. 그중의 하나가 미자립교회 살리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중대형교회가 책임지고 미자립교회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름으로 보편 복지를 확대하는 것과 같다. 이런 노력으로 교회의 사적 차원이 극복되고 공적 차원으로 올라설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