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107)- 시의 본질 추구

조회 수 1508 추천 수 0 2014.08.11 22:48:20

 

시의 본질 추구

 

한국교회는 구조적으로 영혼의 풍요를 추구하지 못하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책 상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목사는 그 절박한 상황을 온 몸으로 감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사의 영혼이 살아나려면 각자도생 식으로 구도의 길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 목사들이 많아지면 구조까지 시나브로 변하지 않겠는가.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목사의 영혼은 풍요로울 수 있으니 마땅히 그 길을 가야만 한다. 그런 길의 모색이 <목사공부>이며, 이 대목에서 설명하고 있는 시인의 영혼을 배우는 것이다. 시인의 영혼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시인들의 말을 빌리는 방식으로 몇 가지 대답을 찾아보겠다.  

 

조병화(1921.5.2.-2003.3.8.) 시인은 1960년대 초 경희대학교 교수로 있을 때, 이미 그 전부터 알고 지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학원 학생이었던 김대규와 십년 여에 걸쳐 편지 교환을 했다. 그걸 묶어낸 책이 <시인의 편지>. 내가 갖고 있는 이 책은 19771월 출간된 것이다. 세로쓰기로 인쇄되었고, 값은 1200원이다. 간지에 19783월이라는 내 필적이 남아있는 걸 보니 서울신학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대구봉산교회에서 일 년 동안 전도사 생활을 마친 다음 서울신학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면서 서울역 뒤편 언덕에 있는 아무개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막 시작한 시절에 구입한 책으로 보인다. 지금 돌아보면 꿈만 같았던 내 나이 25세 때였다. 36년 간 내 손에 남아 있던 이 책을 지금 다시 펼쳐보니 흔한 말로 감개가 무량하다. 몇 대목을 인용하겠다.

 

시를 쓰는 건 각자 다 자유이겠지만 유행을 무엇보다도 거부해야 하겠습니다. 시나 예술은 유행이 아니니까요. 항상 본질이 문제되는 겁니다. 진실한 시인에게 문제되는 건 실로 그 시의 본질입니다(48).

 

시의 본질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른다. 기껏해야 시인은 독자들의 마음에 드는 시를 쓰려고 애를 쓰는 게 아니라 시작(詩作) 행위 자체에 영혼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하고 추정할 뿐이다. 아무리 본질을 추구한다고 해도 독자들의 외면을 받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론을 제기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의 호응 문제는 시인에게 그렇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유혹에 휘둘리면 결국 시인의 영혼은 시든다. 본질을 추구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무조건 독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나는 본질을 추구하는 시인의 태도가 바로 목사,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의 태도와 같다고 본다. 성경의 본질,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천착해야한다. 이게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목사가 성경의 본질을 모른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목사가 회중들의 반응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도 대충 교회 지도자로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영혼이 시드는 건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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