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108)- 시의 여운

조회 수 1594 추천 수 0 2014.08.12 22:54:28

 

시의 여운

 

대규의 시는 항상 비유가 좋습니다. 그러나 그 좋은 비유가 성공을 하려면 언젠가 편지에서 말한 것처럼 여운(餘韻)이 있어야 합니다. 감동의 진동(震動)이지요. 지성의 광휘(光輝)이지요. 인식의 희열이지요. 에즈라 파운드가 얘기했듯이 단순한 산술(算術)이 아니라 영감(靈感)을 가진 산술이지요. 그 묘미(妙味), 그 비밀, 그 매력을 시인은 모름지기 발견해 내고 체득(體得)해 내지요(143).

 

, 혹은 시인에 대한 조병화의 저 생각은 목사, 곧 설교자의 그것이라 해도 틀릴 게 없다. 저기 열거된 단어를 보라. 여운, 진동, 광휘, 희열, 영감, 묘미, 비밀, 매력, 체득은 바로 하나님 경험과 관련된 것들이다. 하나님 경험은 근원적인 떨림이고, 눈을 멀게 하는 빛이고, 모든 일상을 멈추게 하는 기쁨이고, 사람이 찾아내는 게 아니라 밖에서부터 찾아오는 깨우침이고, 신비한 맛이고, 감추어진 것이며,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그걸 사전의 뜻풀이로가 아니라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곧 하나님 경험이다. 시 경험과 하나님 경험이 이렇게 가깝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이런 경험이 없거나 희미하다면 시인이 될 수 없고 목사도 될 수 없다. 시인 행세를 할 수 있으나 시와 일치될 수는 없으며, 목사 행세는 할 수 있으나 하나님과 일치될 수는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재 창문 밖 바로 앞에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의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이 분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 저 현상이 다르게 경험될 것이다. 바람이 불어서 대나무가 흔들린다고만 여기는 사람이 있고, 아예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거만 본다. 저기에 조병화가 말하는 광휘와 희열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나무를 춤추게 하는 저 바람의 근원을 따라가면서 모든 존재와 현상의 신비를 마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나무를 비추고 있는 햇살의 신비를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 들어가는지는 그 사람의 영적 경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인식과 경험들이 시인을 만드는 게 아닐는지. 마찬가지로 이런 방식으로 예수 사건을 경험할 때 목사가 될 수 있는 게 아닐는지.


[레벨:8]流水不爭先

2014.08.13 06:17:28

목사님 평안하시죠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가시떨기나무에 불이 붙는 현상이

오버랩되는 아침입니다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는 이곳이 있어 행복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4.08.13 08:54:53

예, 이번 여름은 특히 더위 모르고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는 영적 노숙자들의 쉼터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해주세요.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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