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114)- 시의 계시 성격

조회 수 1583 추천 수 0 2014.08.19 21:57:21

시의 계시 성격

 

시인들은 시를 쓰는 게 아니라 맞는다. 물론 실제로는 손으로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시작(詩作)의 기술도 포함된다. 그런 시는 영혼을 울리지는 못한다. 영혼을 울리는 시는 영혼에서 나와야 하는데, 영혼의 일은 인간이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이데거는 <시와 철학 -횔덜린과 릴케의 시세계->에서 시의 존재론적 차원인 언어 사건에 대해서 말한다. 언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활동이 아니라 언어가 말하는사건에 인간이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인간의 언어는 언어가 말하는 것에 대한 응대에 해당된다. 오인태의 시 시가 내게 왔다는 아래와 같다.

 

한 번도 시를 쓴 일이 없다

시가 내게 왔다 늘

세상의 말은 실없다

하여 다 놓아버리고 토씨 하나

마저 죽여, 마침내

말의 무덤 같이 허망한 적요

위에 파르르 떤 달

빛 같이 내려서

시인의 몸 안에 들어와서

젖어오는 것이다.

거부할 수 없이

시가 내게 왔다.

 

(한겨레신문 2006814일자에서 재인용)

 

여기서 시를 하나님으로 바꿔놓고 읽어보라. 그대로 목사에게 해당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목사가 하나님을 말할 수는 없다. 하나님은 거부할 수 없이 우리에게 온다. 시의 계시 성격과 신학의 계시 성격은 현상적으로 비슷하다.

 

하나님은 어떻게 우리에게 오시는가? 목사로서 우리는 그 계시를 어떻게 인식하고 맞이할 수 있는가? 오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은 여기서 대답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것들이다. 지난 2천년 기독교 역사와 신학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런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공부다. 시인들도 공부를 쉬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레벨:12]staytrue

2014.08.25 12:31:08

 무슨말을 듣던, 어떤 글을 읽던 화자나 작가의 강건?한 자아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

피로하고, 질리고, 불편하고, 지루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좋은 글과 사람은 계속 만나도 닳지 않고,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것 같은데, 

다비아가 그런 것 같아서 좋네요 ^^


 좋은 한 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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