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117)- 신학과 철학

조회 수 2257 추천 수 0 2014.08.22 22:10:19

 

신학과 철학

 

판넨베르크는 뮌헨 대학교 개신교 신학부에서 1993/94년 겨울학기를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십 수 년에 걸쳐 ‘Theologie und Philosophie’라는 과목을 개설했고, 그 강의를 1996년도에 출판했다. 2001년도에 나는 그의 책을 한들출판사를 통해서 번역 출판했다. <신학과 철학>은 신학생들과 신학과 관심이 있는 목사들에게 필독서다. 서론 부분의 몇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하겠다. 이를 통해서 신학과 철학의 역사적 관계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한 역사 형태를 갖춘 기독교 교리를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기독교 교리가 진리라는 사실을 해명하고 판단하기 어렵다(13).

 

조직신학은 기독교 역사에서 볼 때 교부시대 이후로 늘 철학과의 논의를 통해서 발전되었다(13).

 

조직신학 작업에 충실하려면 철학적 지평에 대한 이해를 확보해야만 한다(14).

 

철학의 근원은 종교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철학은 종교로부터 독립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종교적 전승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반성하면서 시작되었다(15).

 

헬라 세계에서 이미 유대인들의 유일신론은 다신론적 민족 신앙에 대한 철학적 비판에 의해서 하나님에 대한 유대인들의 신앙이 옳은 것으로 확증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17).

 

위의 단편적인 글에서 우리는 신학과 철학이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건 접어두고 첫 번 문장만 설명하겠다. 두 가지다. 하나는 철학적인 이해가 없으면 기독교 교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교리는 하늘에 떨어진 게 아니라 역사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었다. 하나님이 유일한 분이라는 사실은 다신교에 대한 헬라 철학자들의 비판과 연관된다. 삼위일체론은 플라톤 철학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 기독교의 인간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관계를 맺는다. 이런 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기독교 역사를, 또는 역사를 통한 기독교 진리를 이해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철학적인 이해가 없으면 오늘 기독교 교리가 진리라는 사실을 변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의 과학철학에 대한 이해 없이 하나님의 창조와 그 완성에 대한 기독교 교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예수 믿고 구원 받으면 충분하지 이런 학문적인 공부가 왜 필요하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틀린 말이 아니다. 철학자체에 의미가 있어서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철학 공부는 바로 예수 믿고 구원받는다는 사실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근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기독교는 열광주의에 떨어지고 만다. 잠시 뜨거울지는 몰라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기독교 역사는 이런 근거를 확보하려는 과정이었다.


[레벨:12]삶의 과제

2014.08.22 22:32:05

"현대의 과학철학에 대한 이해 없이 하나님의 창조와 그 완성에 대한 기독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최근에 읽은 양자과학에 대한 생각이 납니다.


원자핵 주위의 전자는,
거시세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
도저히 고전 역학으로는 그려낼수 없는 파동과 입자의 성질이 동시에 존재하고
그것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그려낼 수 없지만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불확정성의 원리)!


삼위일체!가 그러하지 않을 가 생각해 봅니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삼위일체로 존재하지 않을 까?라는 생각!!


뱀다리: 사실 양자역학은 너무 어려워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 읽은 느낌은 그러하다는 빨뺌을 사족으로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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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8.23 09:58:24

자연과학자가 양자역학을 어렵다고 한다면

우리같은 신학자는 어찌하라고요.

과학은 신학과 대립하는 게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예컨대 진화론과 창조과학 논쟁처럼,

근본으로 들으가면 비슷한 운명에 놓여 있어요.

인간이 그 어떤 방식으로도 다 해명할 수 없는 절대적인 대상이

우리 앞에, 우리 위에, 우리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이지요.

자연과학자나 신학자나 결국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지만

왜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지를 가능한 최대한으로 설명해야겠지요.

[레벨:18]르네상스

2014.08.23 13:43:57

제가  신학교 학부를 다닐 때 수업 시간에

"신학은 곧 인간학이고 모든 인간학은 신학으로 귀결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참 인상 깊었고 오래도록 기억이 됩니다.

 

지금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장으로 계시는

양승훈 박사님 같은 분은 자신의 저서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세상의 모든 학문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연구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현재 한국교회에는 "오직 성경만이 하나님의 절대 진리이고 세상 학문은

사도 바울의 말처럼 배설물 같은 것이고 악하고 열등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목회자들과 신자들이 참 많이 있지요.

신앙 또는 믿음이란  철학이나 과학과 같은 학문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신앙관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어떻게 보면 참 경건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단이나  사이비의 모습과 유사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몇 년 전에 소천하신 한국의 대표적인 조직신학자

춘계 이종성 박사님께서 지난 2천년 기독교 신학을 평가하시면서

그리스-로마 문명권을 중심으로 한 '백인들의 신학'이었고

아시아, 아프리카의 황인종과 흑인종의 철학, 사상, 종교, 문화 등이

거의 배제되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러면서 이제 앞으로의 기독교 신학은

온 인류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시고 우주 만물을 통전적으로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양의 모든 문화와 문명, 종교, 사상들을

성경과 복음 안에서 신학의 자료로 삼아 종합적으로 검토, 평가하여

온전한 기독교 신학을 수립하는 '통전적 신학'이 되어야 하고

남은 생애 그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신학적 작업을

이 박사님의 후배 신학자들이 잘 이어갈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통전적 신학>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이종성,  김명용, 윤철호, 현요한 네 분의 조직신학자들께서

공저한 책이고 저희 집에도 있는데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과거에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경기도 용인시)에 다닐 때,

그 학교 총장으로 재직하셨던 이종성 박사님에게 '통전적 신학'이라는 과목을

한 학기 직접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매 수업시간마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들었습니다. ㅎㅎ

 

이종성 박사님께서 통전적 신학에 관하여 인터뷰한 내용도 있는데 링크해서 올립니다. ^^

 

http://blog.daum.net/bolee591/815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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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8.23 22:13:32

신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했군요.

그 열정을 잃지 않으시기를...

[레벨:12]staytrue

2014.08.23 19:20:50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문맹인이나 교육이 미천해 공부에 오랜시간이 필요하거나 이미 눈조차 어두운 지경에 노인분들에게는 기독교에 진리는 너무 먼것아닌가요?

비교가 이상한지 모르겠지만
예수님이 죄인 세리 창녀 들과 같이 교육이 부족한 자들과 함께한 모습과는 모순되어 보입니다.
또 예수님이 지금 다시 태어난다면 어떨까요..

학문적 연구가 문제라기 보다 기독교 진리가 그런 통로를 통해서만이라는 데는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세상학문을 배설물보듯이 무시하는데에 대한 걱정이라면 납득되지만요..

언젠가 촘스키가 아주 쉽고 간단한 사실을 교육 많이 받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게 더힘들다는 식의 불평을 본적이 있습니다.

유사하게 우리들이 어린아이 같이 맑지 못한데에 문제가 있지 역사와 철학 과학에 대한 이해부족에 있어보이지않습니다.

뭐 문제는 예수님이 바로 옆에서 과외를 해주지 않으니 철학 과학 신학을 도구삼는 건 좀 .. 당시 예수님의 제자들이 부럽다고 해야 하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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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8.23 22:24:55

스테이트루 님,

좋은 지적입니다.

여기 다비아에 그런 이야기가 몇번 나왔을 겁니다.

지금 나는 전문가가 될 목사공부에 대해서 말하는 중이지

평신도에 대해서 말하는 거는 일단 아닙니다.

의사는 전문적인 의학공부를 해야하지만

일반 환자들은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한 것처럼

평신도들은 교회에서 영적인 도움을 받으면 충분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평신도들도 신학공부를 하면 좋지요.

우리나라에 사이비 이단이 많이 출몰하는 이유는,

그리고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교회에서 많이 벌어지는 이유는

신학무용론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지요.

기독교 신앙이 지성화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는 건 아시겠지요?

신학과 철학공부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와 

지적인 수준이 낮은 분들의 신앙을 대립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주일을 맞으세요.

 

[레벨:12]staytrue

2014.08.25 11:49:37

제가 댓글 써놓고 나서 '아차~'  했는데, 목사님이 답변주셨네요 ..^^


어제 KBS 에서 심야의 프란치스코 교황방한 특집을 보면서,

천주교로 개종할까라며 와이프님에게 우스개로 물었었는데 ....


생각해보니, 다비아 에서 깊고 은은한 향과 맛이 우러나는 샘물을 종종 먹으니 굳이 개종할 필요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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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8.26 23:15:20

다비아가 한 가족의 개종을 막아냈군요. ㅎㅎ

교황의 바람이 한국사회에 크게 미쳤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 따로 글을 한번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기회가 잘 나지 않는군요.

주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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