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93)- 산의 허락을 받아야

조회 수 1714 추천 수 0 2014.07.25 23:08:23

 

산의 허락을 받아야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에 서기 위해서 기울이는 노력은 극기(克己)로 표현될 수 있다. 초인간적인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영하 수십 도 밑으로 떨어지는 높은 산에서 24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자일에 매달린 채 발을 내딛는다는 건 보통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노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최악의 생존 조건에서 버텨낼 수 있는 첨단 장비와 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준비가 완벽하게 갖춰졌다고 해서 정상 정복이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이유는 예상하지 못한, 예상했다고 해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는 데에 있다. 눈사태를 만나면 운이 좋아야 목숨을 건져 돌아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날씨다. 정상에 올라가려고 잡았던 날 눈이 너무 많이 내리거나 바람이 너무 많이 불면 무조건 철수해야 한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돌과 나무기둥과 알록달록 천 깃발로 된 제단이 있다. 주로 티벳 불교를 믿고 있는 셰르파들은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전에 여기서 반드시 라마제()를 올린다. 그들은 에베레스트를 신의 산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들이 산에 오른다는 신고를 하는 것이며, 동시에 성공을 허락해달라고 간구하는 것이다. 셰르파들의 도움을 받는 등반대원들도 이런 라마제에 참가한다. 그들은 산이, 혹은 산의 신이 받아주지 않으면 정상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 경험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회생활과 개인의 경건생활, 그리고 신학공부 등이 이런 일이다. 설렁설렁 놀이 하듯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없듯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하나님 경험은 가능하지 않다. 지난 2천년 동안 위대한 신학자들과 영성가들과 신비주의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면 이게 분명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나님이 은총이 없으면 하나님 경험은 불가능하다.

 

이런 설명이 모호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왜 어떤 사람에게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은총이 내리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은총이 내리지 않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에베레스트 산이 어떤 산악인에게는 허락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허락하지 않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역이어서 사람이 간섭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기도하며 그 결과에 순종할 뿐이다.


[레벨:12]staytrue

2014.08.07 10:40:40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미풍이 불어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어느 책의 한구절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 겸허히,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고 또 꾸준히 하나님을 찾다보면 언젠가는 하나님이 만나 주실거라 믿습니다 ... 


 그런데, 성경을 보면, 예수님의 요구가 단순히 그런 성실함이 아니라, 글에서처럼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과 같은 결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 좀 헷갈리기도 합니다 .. 그런 순간이 오면 과연 나는 베드로나 다른 제자들처럼 떠날 수 있을런지 ... 진리를 본다면, 떠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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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8.07 14:06:51

방을 정리하고 묵상, 책과 성경읽기에 집중하면서 주님을 기다리는 것과 

산을 오르는 결단은 다른 게 아닙니다.

핵심은 그분을 향한 영적 치열성에 있는 거지요.

주의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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