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49)

조회 수 1622 추천 수 0 2014.06.04 23:55:38

 

일반적으로 우리는 헌금을 하나님께 드린다.’고 말하고, 또 그렇게 생각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는 하나님께 헌금을 드릴 수 없으며, 하나님은 그런 헌금을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는 헌금()을 주고받는 식으로 성립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첫째, 하나님은 사물로 존재하는 이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존재하신다. 초월적인 존재다. 그런 하나님께 가장 세속적이며 물질적인 헌금()을 바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하나님께서 소나 양을 기뻐 받으시는 게 아니라고, 오히려 정의와 평화를 원하신다고 외쳤다

 

둘째, 우리 자신을 포함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다. 그는 창조자다. 그리고 지금도 그 창조를 완성해나가신다. 알파와 오메가로서 우주 전체 역사가 바로 그의 존재 방식이다.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받을 뿐이지 드릴 거는 없다. 일곱 살짜 아이가 용돈으로 받은 것 중의 일부를 아버지께 드리면서 아버지와 주고받는 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여길 수 없는 거와 비슷하다.

 

하나님께 헌금을 바친다는 표현이 아예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여러 곳에서 헌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지난 2천년 기독교 예배의 전통이기도 하다. 내가 헌금을 하나님께 드릴 수 없다고 강하게 끊어서 말한 이유는 헌금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있다. 일부러 왜곡하지는 않겠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시나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런 것 중의 하나만 보자.

 

한국교회 헌금에 얽힌 재미있는 현상은 한국교회가 교회력은 무시하면서도 네 번의 절기는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성탄절, 부활절, 맥추감사절, 추수감사절이 그것이다. 이 절기의 공통점은 헌금이 개입된다는 데에 있다. 헌금과 연관되지 않는 절기는, 예를 들어 대림절처럼 중요한 절기도 그냥 지나가거나 형식적으로 대하기 일쑤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네 가지 절기헌금을 꼬박꼬박 바치는 교회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다.

 

우리의 절기헌금은 역사가 오래 되었다. 그리고 나름으로 성경적 근거를 댈 수도 있다. 다른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지만, 어떤 주장에 성경적 근거를 댈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성경의 근거들은 아주 구체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 다르면 근거로서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구약에서 추수 절기에 따른 제물을 드렸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오늘 우리도 똑같이 드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농경문화 시대에 해당되는 제도를 전혀 다른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절기헌금을 당장 폐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그런 방식의 헌금에 익숙해진 신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으며, 이런 혼동이 신앙 전반에 대한 혼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좀더 현실적으로 본다면 절기헌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작은 교회가 한국교회에 많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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