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15)

조회 수 1952 추천 수 0 2014.04.26 22:32:03

 

목사의 수행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할까? 목사와 평신도의 경우가 각각 다를까? 목사나 평신도 모두 기본적으로 기독교인이라는 점에서는 수행도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목사만의 특별한 역할이 있기 때문에 목사의 수행을 구별해서 볼 수도 있다. 먼저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해당되는 수행 방법을 말하겠다. 말은 방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방법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나는 수도원 전통의 수행이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수도원 전통은 크게 봐서 기도와 노동이다. Ora et labora! 기도하라, 그리고 노동하라! 기도는 영혼의 활성화이며, 노동은 몸의 활성화다. 기도는 단순히 기도만이 아니라 말씀 읽기와 명상과 깊은 대화가 다 포함된다. 오늘 한국교회는 기도마저 종교적 업적주의로 떨어졌다. 기도의 영성에 침잠하기보다는 기도의 방법론에 심취해 있다. 그런 방식으로는 수행이 일어날 수 없다.

 

수도원에서는 노동도 수행이다. 수도사들은 모두 각자 맡은 노동의 역할이 있다. 청소, 식사, 공구제작, 소나 양 키우기 등등이다. 규모가 되는 수도원에는 자체 출판이나 학교도 있다. 노동이 수행인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의 몸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우리의 몸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면 우리의 몸은 신성과 연결된 것이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롬 121)는 바울의 충고도 이런 신앙에 근거한다. 동양의 스승들도 몸의 수행을 중요한 공부로 여겼다. 제자가 오면 그에게 도량(道場) 청소를 맡긴다. 물을 긷게 하고, 밥을 짓고, 나무를 해오게 한다. 그게 다 그들에게 수행이다.

 

수도원 전통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말을 줄이는 것이다. 어느 수도원은 아예 묵언 수행을 원칙으로 한다. 자신을 표출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영을 받아들이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어느 여자 수도원에는 거울 자체가 없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모든 관심을 끊었다는 뜻이다. 개신교 수도원이라 할 수 있는 기도원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오히려 반대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하나님에게 집중하는 수행이 아니라 심리적인 스트레스 해소에 불과하다. 목회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목사들은 말이 너무 많다. 교회 구조가 일단 목사의 말을 많게 만든다. 설교도 많고, 성경공부도 많고, 심방도 많고, 회의도 많다. 그 모든 모임에 목사의 말이 중심이다. 이런 구조에서 살다보니 목사는 말을 줄일 줄 모른다. 말을 줄이면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낀다. 여기에 해당되는 목사는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수도원 전통이 세상에서 살아야 할 기독교인들에게 실제로 가능할까?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경쟁력 제고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수도원 영성은 발을 붙일 수 없다. 물론 기독교인이라고 하더라도 싸울 때는 싸워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할 때는 돈을 벌어야 한다. 출가 수도사가 아닌 사람이 수도원 영성을 구체적으로 살아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원 영성은 모든 기독교인들의 영혼을 견인해가는 중심축이어야 한다. 현실이 아무리 척박하더라도 그게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삶을 수행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기독교인들은 재가(在家) 수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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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4]또다른세계

2014.04.29 10:14:25

기도하고 노동하는...

그리고 말수를 줄여야 하는...

수도원의 영성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평신도로서 수도원의 영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가야하는 길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재가수도사라는 말...참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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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4.29 22:44:36

다른세계 님은 이미 재가수도사처럼 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저 단어에 마음이 울리는 거지요.

수도사의 영성으로 세속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가,

이게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숙제이겠지요.

각각 자기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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