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는다. 질적으로 특별하다는 게 아니라 역할에서 특별하다. 특별하다는 말도 뛰어나다는 게 아니라 구별된다는 뜻이다. 그게 은사(카리스마)의 특징이다. 교회에 속한 모든 이들은 다 그런 카리스마가 있다. 목사에게 주어진 고유한 카리스마를 감당하려면 특별한 수행이 필요하다. 그것은 신학공부다. 목사공부는 곧 신학공부다.

여기서 약간의 오해를 풀어야겠다. 신학공부는 신학교 다닐 때 충분하게 했다는 오해가 그것이다. 개인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신학생 시절에 신학공부를 충분하게 한 사람은 별로 없다. 충분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신학공부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의사가 의대를 나왔다고 해서 의학 지식이 충분한 것도 아니며,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거와 같다.

평신도 독자들을 위해서 신학대학교에서 신학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목사가 되려면 모두가 교단에 속한 신대원을 졸업해야 한다. 신대원은 master of divinity 과정을 가리킨다. 3년 동안 공부해야 한다. 여기에 입학하려면 일단 학부를 졸업해야 한다. 신대원에 오는 학생들은 두 종류다. 하나는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한 학생들이고, 다른 하나는 학부에서 신학 외의 것을 전공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신대원에서 통합 교육을 받기 때문에 강의 수준도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비슷한 수준의 신학과목을 중복해서 듣는 경우도 많다. 신대원은 본격적인 신학 훈련 과정이 아니다. 대부분의 과목이 개론에 머문다. 성서신학, 교회사, 조직신학, 실천신학의 맛을 보는 정도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신학의 사유로 들어가기는, 개인이 따로 노력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 신대원은 목사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신학적 소양을 배우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

신대원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칼 바르트의 책을 소화해낼 수 있는 목사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은 신학을 모른다는 뜻이다. 신학을 모른다는 것은 기독교 자체를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교회 목사들이 신학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이런 데에 연유한다. 모르니 읽기 싫어지고, 읽지 않으니 점점 모른다.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사람도 있고, 단순히 목회 재미에 빠져서 거기에 안주하는 사람도 있다. 신학의 깊이가 없으면 목회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냐, 하는 반론은 또 하나의 다른 주제이기에 여기서 더 길게 말하지 않겠다. 이 문제는 큰 틀에서 교회 제도와 연관된 것이어서 나중에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미리 한 마디 한다면, 신학의 깊이가 없어도 좋은 목회자가 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