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20)

조회 수 2593 추천 수 0 2014.05.01 23:19:20

 

사실 신학대학교에서의 공부는 최소한의 준비에 불과하다.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평생 공부할 준비를 한 것뿐이다. 양적으로도 그렇고 질적으로도 그렇다. 그런 준비를 마친 사람은 목사의 직을 끝낼 때까지 신학공부를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한다. 그가 하나님에게 관심이 있다면 저절로 그렇게 할 것이다.

 

이런 신학공부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한 가지의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최선은 신학책읽기다. 이것도 간단한 게 아니다. 일단 책을 고르는 게 어렵다.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려면 상당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내가 신학생들에게 책읽기의 기술에 대해서 가끔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을 간추려서 설명하겠다.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게 저자다. 가능하면 국내 저자의 책이 좋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권위 있는 신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국 저자들의 이름을 먼저 보게 된다. 번역자도 물론 중요하다. 과거에는 명망이 있는 신학대학 교수들이 조교에게 번역을 시켜서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책들은 벌써 표시가 난다.

 

한국교회는 번역 작업을 좀더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전문 번역자를 키우는 게 급선무다.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사 파송에는 열을 내지만 전문 번역자 양성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내가 보기에 해외 선교사 숫자를 대폭 줄이고 그 숫자만큼 전문 번역자를 확보하는 게 한국교회의 내일을 위해서 훨씬 바람직하다. 번역 사업이 신학공부에서 왜 중요한지는 여기서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번역만 잘 해 놓으면 비싼 돈 들여서 외국 유학을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박사 학위 공부를 위해서 외국으로 잘 나가지 않는 이유도 일본의 번역 문화에 있을지 모르겠다. 신학 책만 해도 그렇다. 우리에 비해서 기독교인 숫자가 턱없이 적는 나라지만 신학책 번역은 우리보다 몇 배 앞섰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에서야 바르트의 <교회 교의학> 전집을 번역 중에 있지만 일본은 진작 다 끝냈다. 내가 전공한 판넨베르크 책 번역은 아직도 멀었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모든 내용을 다 파악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다 몰라도 괜찮다. 일단 머리에 들어오는 것만큼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런 책읽기가 축적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학적 사유도 깊어진다. 책읽기는 등산과 비슷하다. 처음부터 높은 산을 오를 수는 없다.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정도만큼 올라가다보면 등산의 내공이 생기고, 점점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술은 읽기의 반복이다. 신학생 시절에 읽은 책을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면 더 많은 내용들이 들어온다. 이런 과정을 수행하다보면 책읽기의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profile

[레벨:20]문전옥답

2014.05.02 00:04:14

내용을 다 파악해야 한다는 부담감.....제 얘기네요..

명심하겠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4.05.02 21:11:29

ㅎㅎ 이제 부담감 벗고 책 읽으십시오.

profile

[레벨:24]또다른세계

2014.05.02 07:54:28

목사님 오늘의 묵상은... 딱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평소 좁은 풀장에서의 책읽기에 만족하다가 어느 날 넓은 대양으로 나왔더니... 참 막막합니다^^ 


저같은 평신도는 책들의 높이를 가늠할 수 없어 우왕좌왕 하다가

처음부터 너무 높은 산을 오르려고 했는지... 요즘 자꾸 미끄러지는 느낌이고

목사님께서 다비아에 추천해주셨던 주옥같은 책들 중 상당수는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렵네요.

(참고로 요즘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 해설과 바르트의 복음주의 신학입문을 붙들고 있습니다)


책읽기의 부담감에서 해방되어 머리에 들어오는 것만큼 이해하고 넘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책들 속에서 꿀맛같은 생명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요??

그래도 바라옵기는 낮은 산, 높은 산을 좀 정리해주시면 저같은 평신도에게는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평안한 하루 되시구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4.05.02 21:17:30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해설>과

바르트의 <복음주의 신학입문>을 붙들고 있다니,

멋지고 놀랍군요.

아마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특히 바르트의 저 책은 번역이 너무 무책임하게 되어서

읽기가 짜증 날 정도입니다.

그러니 웬만하면 당분간 그건 덮어두세요.

얼마 있으면 대구샘터교회 수요일에 하는

저 책의 강독 녹음 파일을 올리게 될 텐데,

그때 들으면서 읽는게 좋을 겁니다.

판넨베르크 저 책의 번역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ㅎㅎ

신학적인 전이해가 없으면 좀 어지러울 겁니다.

그래도 한번 스스로 읽어내면

뭔가 남는 게 있을 겁니다.  

 

profile

[레벨:24]또다른세계

2014.05.02 23:03:45

감사합니다 목사님~^^

사실은 녹음 파일 올리시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인내를 필요로 하는 책읽기를 하고 있지만

콩나물시루에서 콩나물이 커가는 것처럼

그래도 뭔가(?) 걸리리라는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profile

[레벨:28]정성훈

2014.05.02 21:30:08

추천
1
비추천
0

아싸 ,~~~    또 해적놀이 합니다.

 

요즘 건수가 자꾸 생기네요.

 

다비아 추천도서 중 제가 가지고 있는 파일을 보내드립니다.

 

메일 가르쳐 주세요..ㅎㅎ 

profile

[레벨:24]또다른세계

2014.05.02 22:54:15

아싸~ 감사합니다 정성훈님~~^^

제게는 정말 귀한 자료들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답하죠??

그래도 살다보면 나중에 보답하는 날이 오겠죠??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편안한 저녁 되십시오.^^

y22777@naver.com


profile

[레벨:20]문전옥답

2014.05.03 04:28:19

감사드립니다~ ryan72@hanmail.net

[레벨:12]냇물

2014.05.03 08:37:55

네 부탁합니다.

ksa2k@hanmail.net

profile

[레벨:10]나무늘보

2014.05.04 13:31:09

drloved@hanmail.net 부탁드려요~ 족보가 쌓여가니... 공부는 안해도 배부른 느낌!

[레벨:7]쏭코

2014.05.05 08:15:22

이곳, 눈팅만 하는 사람이지만
'신학공부'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도움도 많이 받구요.

저도 파일받고 싶습니다.
가능할지요.
8579song@hanmail.net

[레벨:5]빵굽는사람

2014.05.11 10:10:30

저도 부탁드립니다.

heetaikchung@naver.com 

[레벨:6]양면테잎

2014.05.29 13:39:44

Socotra87@gmail.com 부탁드립니다! :-)

[레벨:3]PeterLim

2014.05.02 23:41:53

감사합니다. lck0153@hanmail.net

[레벨:4]빚진자

2014.05.03 10:21:25

정성훈님 저도 부탁을 드립니다. 

lyuandlee@hanmail.net

profile

[레벨:0]신갈나무

2014.05.03 13:31:39

신학책 읽기의 어려움을 느끼는 평신도인 저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면서  용기를 주시는 거 같습니다...

 

2년 전부터 중국고전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도저히 혼자 읽을 수 없는 두껍고 어려운 중국철학 책을

한 번 읽고 나니까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얻은게 있다면

어떤 책이라도 읽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이 경험이 계속 공부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학책읽기도 이와 같은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신학공부" 책을 읽는데 글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아서

한 쪽에 치워 놓아 두었거든요....ㅠㅠ

.

이번 묵상의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 몰라도 괜찮다. 일단 머리에 들어오는 것만큼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

 

감사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4.05.03 23:30:09

중국고전 공부를 하신 신갈나무 님이 부럽습니다.

책읽기의 내공이 있으신 분이니

글이 좀 산만해보이는 <신학공부>도

언젠가는 재미있게 읽게 될 날이 올 겁니다.

좋은 주일을 맞으세요.

 

[레벨:10]두레박

2014.05.04 15:43:15

저도 부탁드립니다

 

david3237@daum.net

 

profile

[레벨:9]열바

2014.05.04 16:52:10

joshep3@hanmail.net
저도 부탁드려 봅니다

[레벨:6]폴리

2014.05.05 04:04:47

sklee155@nate.com

부타그립니다..염치불구하고^^

[레벨:6]폴리

2014.05.05 04:05:41

오타..부탁드립니다..
profile

[레벨:26]비가오는날

2014.05.08 17:12:42

profile

[레벨:24]임마누엘

2014.05.08 17:25:48

저두요 ㅎㅎ

hodong0828@naver.com

[레벨:3]오골

2014.05.08 18:55:56

또 부탁드립니다.

ys8102@hanmail.net


[레벨:12]sinsa

2014.05.11 00:09:33

해적입니다
4www@hanmail.net
감사합니다

[레벨:6]전창현

2014.05.12 14:02:52

저도 부탁드립니다.

katharsis31@hanmail.net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369 목사공부(27) [2] 2014-05-09 1750
3368 목사공부(26) [2] 2014-05-08 2577
3367 목사공부(25) [4] 2014-05-07 1884
3366 목사공부(24) 2014-05-06 1573
3365 목사공부(23) 2014-05-05 1704
3364 목사공부(22) [4] 2014-05-03 1995
3363 목사공부(21) [2] 2014-05-03 1691
» 목사공부(20) [26] 2014-05-01 2593
3361 목사공부(19) [2] 2014-04-30 1928
3360 목사공부(18) [2] 2014-04-29 2256
3359 목사공부(17) [9] 2014-04-28 2270
3358 목사공부(16) 2014-04-27 1894
3357 목사공부(15) [2] 2014-04-26 1952
3356 목사공부(14) [1] 2014-04-25 1842
3355 목사공부(13) [2] 2014-04-24 1923
3354 목사공부(12) [1] 2014-04-23 1838
3353 목사공부(11) [4] 2014-04-22 2250
3352 목사공부(10) 2014-04-21 1919
3351 목사공부(9) [2] 2014-04-20 2177
3350 목사공부(8) [2] 2014-04-19 2143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