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셸(1)

조회 수 3381 추천 수 0 2014.02.21 23:08:22

 

요즘 나는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의 <하느님을 찾는 사람>을 읽고 있다. 얼마 전에 한국기독교연구소에서 다른 몇 권과 함께 구입한 책이다. 마침 세일 기간이라 책을 싸게 샀는데, 책을 읽다보니 책값이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이라는 걸 전제하고) 책보다 싼 게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무한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그걸 어떻게 돈으로 계량할 수 있겠는가. 헤셸은 유대인 사상가, 학자, 랍비, 문필가, 신비주의자, 혁명가 등으로 불린다. 아깝게 1972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운동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느 안식일에 부인과 딸이 회당에 갈 시간이 되어도 헤셸이 나타나지 않자 그의 방에 가보니 잠자듯 죽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죽음이 유대인들에게는 최상의 축복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에게도 그렇다. 나에게도 그런 은총이 주어졌으면 한다. 앞으로 당분간 이 책에서 읽을거리를 발췌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대화가 왜 가능한지, 왜 필요한지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예언자들과 성자들의 영혼과 교제하는 방법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 기도문의 보물들을 음미하면서 사는 것이 무슨 유익이 되는지를 깨닫지 못한다. 우리 가슴의 부서진 피리를 애써서 불어대는 것보다는 그 오래된 기도문의 음악에 우리의 가슴이 산울림처럼 응답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위로부터 안으로, 정신으로부터 영혼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 반대로 나아가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기도문들의 날개 위에 실려 감으로써 우리는 단번에 우리의 진부한 자기의 비참한 감옥에서 우리의 생각들이 풀려나게 되고, 또한 슬픔을 희망으로, 생각을 빛으로 바꿀 수 있는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주관적인 것, 자신의 내면에서 출발하면 자기의 협소함에서 벗어날 길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 98, 이하 쪽수로만 표기)

 

이게 무슨 뜻인지를 아는 사람은 상당한 수준의 영적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 글을 젊었을 때 읽었다면 좋은 말이라는 건 알았겠지만 그 깊이는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위 글을 해석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나는 언젠가 다른 글에서 한국교회 교인들이 너무 기도에 열심을 내려고 하지 말고 일단 기도를 배워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좋은 기도문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으라고 말이다. 헤셸의 말과 다를 게 없다. 위에서 보듯이 헤셸은 그것을 훨씬 풍부한 생각과 수사와 느낌과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영적인 내공이 깊은 분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레벨:5]신마적

2014.02.22 05:47:22

정용섭 목사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인적 경험보다 역사적 경험이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 경험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뜻 아닌가요? 정용섭 목사님께서 귀신론 목사에 대해서 해명서를 쓰신 부분에서 한국교회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점은 개인적 경험의 우선화와 절대화로 기됵교신앙을 단순히 어떤 신비체험내지 종교적경험으로만 축소시키고 결국에는 믿음이라는 것도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과 확신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에 신앙의 대상만 다를 뿐 그 형태와 모습은 여느 사이비 이단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헤셀의 글도 지난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기독교 혹은 유대교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유산등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적 신학적 그리고 지적인 자양분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그러한 것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서 나 자신 스스로가 단순히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닌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오고 계승되어온 종교적 전통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끊임없이 수련하고 훈련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서서 신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경험과 전통 그리고 유산들에 대한 관심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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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2.22 13:17:09

신마적 님이 총체적으로 정리를 정확하게 하셨군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잘 할 것 같습니다.

개인의 실존 경험을 넘어서

역사와의 깊은 소통의 길이 열리면

오늘 우리가 가야할 길도 보이겠지요.

[레벨:5]바우로

2014.02.25 23:35:43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복있는 사람에서 아브라함 헤셸의 안식을 책으로 내준 덕분에 잘 읽은 생각이 납니다. 사실 헤셸 랍비의 책은 안식이 전부이지만, 안식일은 하느님과의 사귐이 있기에 기쁘게 즐겨야 할 잔치라는 생각에 공감이 갔습니다. 기도를 배우야 한다는 정용섭 목사님 말씀에 저도 생각을 같이 합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졸라서 욕심을 채움이 아니라 하느님을 알아감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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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2.26 17:43:04

바우로 님도 오랜 만이군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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