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일 주년

조회 수 2842 추천 수 0 2013.12.19 22:43:44

 

12월19일

 

5년마다 12월19일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작년에 우리는 박근혜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가 대통령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반장 선거를 하듯이,

반장이 되었어도 학년이 달라지면 더 이상 반장이 아니듯이

대통령도 임시로 그 역할을 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모든 권력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그걸 말한다.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대구샘터교우 한분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그는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되면 문제가 심각해 질 거라고,

다시 유신 시대로 회귀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나는 그래도 지난 정권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을 거라고,

여성이고 이미 오래 전에 김정일과도 만났고

유세 과정에서 경제민주화와 통합을 유난히 강조했으니,

그리고 젊었을 때 부모를 잃은 아픔이 있는 분이기에

나름으로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얼마 전에 그분에게 다시 말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고.

 

지난 일 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한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손에 잡히는 게 별로 없다.

한복 잘 차려입고 나름으로 외교활동을 한 것이 기억난다.

북한과의 관계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다.

이런 문제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국민통합이 완전히 거덜 났다는 데에 있다.

여권과 야권의 대립이야 늘 있었던 거니 새삼스런 일은 아니나

대통령이 국민들과 대화를 하지 않고

자기가 옳다는 사실만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니, 딱하다.

대통령 취임 이후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기자들 앞에 선 적은 한 두 번 있는 듯하나

그냥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끝냈을 뿐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내 기억이 틀리면 지적을 바란다.

이런 대통령을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통령 직은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마음의 문을 닫으면 안 되는 자리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걸 못했다.

예컨대 통진당이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지난 총선에서 일정하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니

다음 총선에서 다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법무부를 통해서 정당 해산 절차를 밟고 있다.

감정적인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이다.

지금 검찰에 의해서 기소가 되었고,

상당한 정도의 실증적 단서들이 드러났다면

대통령은 유감을 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려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녹을 받고 움직이는 공권력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국기를 흔드는 행위이기에 유야무야 지나갈 수는 없다.

본인으로서는 정도를 지킨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법원의 판결이 나야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건지

참모들의 의견을 따른 건지 알 수 없지만,

국민 전체를 보고 정치를 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참 옹색한 태도다.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기독교계에서도 서로 배치된다.

한쪽은 비판적이고, 다른 한쪽은 방관 내지 옹호에 가깝다.

비판적인 기독교인들은 개혁적인 인사들이라면

옹호하는 기독교인들은 보수적인 인사들이다.

대표적으로 한국교회협의회(KNCC, 교협) 쪽은 비판적이고,

한기총 쪽은 우호적이다.

교협 인사들은 비교적 진보적이면서 신학적으로 개방적이며,

교회 민주화와 일치를, 사회 정의와 평화를 추구한다.

한기총 인사들은 교회 성장주의에 치우치며

성서에 대해서 문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타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이고

동성애자나 군거부자들 같은 사회 소수자를 무시하고 배척한다.

교회 담임 목사 직 세습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이런 한기총 쪽 인사들은 박 정권을 지지한다.

얼마 전에는 그들이 국회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일 년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앞으로라도 박 대통령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게 어렵지 않다.

당당하게 일을 처리하면 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하고,

남북 정상 회담록을 공개한 국정원장의 사표를 받고,

여야 대표들과 자주 만나서 국정을 의논하면 된다.

기대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대선 일 주년인 오늘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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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달팽이

2013.12.19 23:24:27

 자유 민주주의는 다원화 된 사회를 지양하기 때문에
사상.종교.언론이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공존해야 하는데...
그나마 중도 언론인  jtbc손석희 9시뉴스를 중징계 결정을 내렸네요.
박근혜 정부가 연어도 아니면서 계속해서 꺼꾸로 가고 있어 안녕하지 못한 1년입니다.

[레벨:18]天命

2013.12.20 05:42:00

대선 1주년의 모습,

청와대에서는 만찬을
혹한의 거리에서는 안녕치 못한 시민들이 촛불을... 


http://www.youtube.com/watch?v=2245PmG_x4E

[레벨:5]meditatiocrucis

2013.12.20 16:47:15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시간 속에서. . .기억나는 말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쫌 괜찮다는 말 중에
'패러다임', '창조경제', '신뢰프로세스'. . .
근데 쫌. . .  이런 말로 국민을 우롱 하는 건지 .  .
'패러다임'이 무언지 알고 말하는지,
'창조~'에서 창조성이라는 걸 알고 말하는지,
'신뢰'~에서 도대체 신뢰라는 의미를 알고 말하는지,
연말, 가뜩이나 몸과 마음이 다 추운데,
치맛바람으로 더 추워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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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3.12.21 07:17:35

무섭습니다. 김정은이 따라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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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12.22 22:50:48

20세기의 통치방식을 
21세기에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레벨:7]물가의나무

2013.12.23 11:37:43

앞으로 더 심한 세상(심지어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붕괴 되는 세상)이 올 수 도 있지 않겠습니까?
가능성을 열어 두는 측면에서 본다면 중요한 것은 지금 주의 종과 신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야 잘 사는것인지, 진리를 추구하는자 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향린교회 조목사님은 이 추위에 여전히 밖에서 대통령을 향해 내려오라 하고 있고(최소한 정목사님께서 비평을쓰신 7년 전 노정권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어느 젊은 목사님께서는 이나라의 대통령을 향해 "권력에 미친년"이라고 펫북에 올려 놓더군요.
과연 주의 종의 외침은 누구를 향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요? 제 짧은 소견엔 내 자신과 아울러 최소한 하나님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 백성들을 향한 외침이어야 된다고 보는데요. 외침이란 또 무엇이냐가 중요하겠지만 정목사님의 평소 가르침대로 예수그리스도와의 일치 아니겠는지요....

[레벨:7]물가의나무

2013.12.23 11:51:14

 노정권이 끝났고 그 사람은 이미 갔으며, 심판은 남았겠지만 이정권도 지나갔습니다. 박정권도 갈겁니다. 물론 그 안에 또 수 없이 억울한 상처나 죽음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래도 갈겁니다. 그 속에서 저나 목사님이나 우리모두도 살다가 정권 끝을 못보고 죽을 수도 있겠지요. 그다음은 무엇인가요? 우리 예수를 믿는 신자들에게서 그다음은 무엇이겠느냐 말입니다. 뭐하다 왔냐는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지 않겠는지요? 그 '뭐'란것이 뭔지가 쉽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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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그날을위하여

2013.12.23 20:49:34

한해의 끝자락에서 가끔 눈팅만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몇자적어봅니다
우선 근대사를 유심히 관찰 비교해보면 작금에 막장으로 달려가는 현정권의 앞날이 보이겠지요
현정권은 왜 막장으로 달려갈까요? 그들은 정도의길을 모를까요 그들도 인간인데 정도의 길을 가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역활은 여기까지 이용가치가 끝나면 폐기처분 하면서 마지막 가치를 최대한 연출하겠지요
모든것을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절대자들에게는 노예와 소모품만 필요할뿐 동반자가 필요할까요
이제 동방의 조그만 반도땅 민중들은 깨어있을 때라봅니다
구구절절 자세한 표현은 못하겠네요 이유는 두가지 미친놈 소리듣기싫고, 다비안취지에 어울리지 않는것같아서......
(더 솔직한이유는 용기가 없어서겠지요)
다비안 여러분 새해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나누길바라며''''''
정목사님 올해두 수고많이하셨네요 새해에는 더깊고도 높은 영성의세계를 베풀어주시길 기원하며......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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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여름비

2013.12.23 22:20:44

이번 겨울은 이 추위를 상징화 하며 견디게 됩니다.
이 혹한이 함께하니 어쩌면 견디기가 더 쉬운지도요.
어찌보면 고통을 겪게 되는 시기들은 주님이 주실 더 큰 축복을
기다리는 과정 , 중요한 견딤의 과정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 뒤에야 깨달음이라는, 주님의 세계를 이해하는 축복이 올 지도 모르니까요..
사각지대에 갇힌 노인들, 일제시대 육이오를 거치고 산업화의 일군으로
평생을 바쳤는데도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여전히 그 어려운 시절의 추위 그대로네요.
이런 상황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분들은 이미  경험이 있기에 또 묵묵히 견딥니다.
불평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나름의 철학으로 승화시키고 받아들니다.
그게 안타깝습니다.
그러므로 제 생각은 역사는 발전하지 않습니다. 후세는 여전히 철이 없이 태어나고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문명의 이기는 인간의 욕망과 맞물려 
역사를 인간의 가치로움을 내 팽개칩니다.
인간의 가치는 길바닥에 버려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렇게 추울 수 있을까요.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 것은 이 세계도 주님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오늘 촛불 한 자루의 온기로라도 주님의 위로를 받게 하소서.
환한 달빛으로라도 주님의 임재를 느끼게 하소서.
삶을 기꺼이 끌어안아 용감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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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12.23 23:43:47

박근혜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내가 보기에도 잘못하는 게 너무 많군요.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물리쳐야 할 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세계관이 퇴행적이네요.
물가의나무,  그날을 위하여, 여름비 님,
모두 즐건 성탄을 맞으세요.

[레벨:7]물가의나무

2013.12.24 05:42:30

감사합니다. 목사님과 샘터교회그리고 모든 주안에 교우님들 위에임마누엘 은총이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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