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경험

조회 수 3193 추천 수 0 2013.10.24 23:13:10

10월24일(목)

 

어제 묵상 마지막 단락에서

삶 경험은 존재 경험이고

그 존재 경험이 하나님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런 표현들이 너무 현학적이어서

우리에게 잘 와 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앙과 별로 상관없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현학적이라는 말은 일단 접어두고

기독교 신앙과의 연관성만 짚자.

 

기독교 신앙은 주로 예수 사건과 연관된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신앙의 기초와 존재 경험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예수 경험은 순전히 믿음에 관계된 것이고

존재 경험은 철학적 인식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철학적인 사유와 경험을 골치 아픈 것으로 제쳐두고

오직 믿음을 강화하는 일에 매진한다.

물론 믿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게 아니지만

그것이 존재 경험에 이르는 철학적 사유와 무조건 충돌하는 건 아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인식하고 믿고 경험한다는 게 무엇일까?

이 질문을 다루는 신학 주제를 기독론이라고 한다.

기독론의 깊이로 들어가기는 힘들다.

‘그리스도’라는 용어만 보자.

그것은 구원자라는 뜻이다.

구원은 ‘어디로부터 건짐을 받았다.’는 뜻이다.

‘어디로부터’는 죄와 죽음을 가리킨다.

죄와 죽음은 생명을 파괴하는 힘이다.

무엇이 생명인가?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이 정도에서 일단 멈추자.

연속적인 질문의 마지막은 생명에 대한 것이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인식하고 경험한다는 것은

곧 생명에 대한 질문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

그가 생명을 이해하는 깊이만큼

신앙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생명을 돈벌이로만 여긴다면,

그래서 이 세상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으로만 여긴다면

그에게 예수는 그런 차원에서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의 문제들과만 얽혀 살기 원하면

굳이 기독교 신자가 될 필요는 없다.

자본주의 비슷한 이념만으로

그의 관심은 해결될 테니 말이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명제가 나에게는

존재의 용기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다.

죽음의 힘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 세상에서도

무상한 삶에 떨어지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서 공생할 용기를

나는 예수에게서 공급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 경험은 구원 경험이며,

구원 경험은 곧 존재 경험이다.


[레벨:18]르네상스

2013.10.25 11:50:41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 신론, 인간론, 성령론 등의 조직신학은 아무래도
헬라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신앙과 철학이 무슨 상관이 있겠나 싶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신앙이 그런 철학적 사유와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성서신학과 조직신학의 협력과 조화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고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신학이 철학적 사유라면, 성서신학은 성서의 역사적, 지리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파악하고 성서본문이 기록된 삶의 자리 또는 성서본문을 기록한 성서기자의 하나님 경험과
삶의 자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설교에 있어서나 성경공부에 있어서 그리고
모든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 교회생활에 있어서
성서신학과 조직신학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직신학 같은 경우는
역사신학, 즉 교회사와 교리사의 배경지식을 더불어 함께
갖추어야만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학 전반에 대한 공부가
신앙생활에 참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실천신학도 물론 두말할 나위 없겠지요.

신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는 역시 조직신학 같네요.
가장 포괄적이고 통전적인 신학 분야가 조직신학이기도 하고요. ㅎㅎ
성서신학과 조직신학의 관계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 부부 관계로도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3.10.25 16:43:26

각 분과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도
전체를 꿰뚫고 나갈 수 있는 사유의 힘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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