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3)

조회 수 2603 추천 수 0 2013.09.04 23:14:21

9월4일(수)

 

손(3)

 

이십 여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과

이미 70대 중반에 들어선 큰 형님의 손은

막노동자의 손답게 거칠다.

겉으로 볼 때 큰 손은 아니지만

내 기억으로 두툼했다.

손아귀 힘도 셌다.

그분들은 평생 육체노동으로 사셨다.

함석을 가위로 자르고

접고 나무망치로 두드리고,

납작한 철근을 구부리는 모든 일이

손을 필요로 한 탓에 손 근육이 발달했다.

나도 어렸을 때 그분들의 일을 조금씩 돕곤 해서

그분들의 손힘이 얼마나 센지 잘 안다.

어른이 돼서 가끔 만나 악수할 때도

손의 힘이 전달되곤 했다.

 

그들에 비해 내 손은 작기도 하거니와

근육도 형편없어서 가냘파 보인다.

굳은살도 없고

손금도 그대로 살아있으며

손가락 관절도 별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손을 쓰는 노동과 거리가 멀게 살아온 흔적이

손에 그대로 묻어난다.

기껏해야 아령을 잡고 흔드는 정도,

테니스 라켓을 잡는 정도의 힘만 있다.

그러니 손이 발달할 수가 없다.

만약 손의 노동 강도로 천국에서 상급이 주어진다면

나는 밑바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제 온통 밭과 산과 숲 천지인 원당에 들어왔으니

손으로 하는 노동에 힘을 쏟아야겠다.

그래봤자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서

노동의 진정성은 없겠으나

그것이나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래.

손을 쓰자.

호미도 더 자주 잡고

설거지도 더 자주 하고

삽과 곡괭이질을 열심히 하고

기회가 되면 톱질과 도끼질도 해보자.

바라기는 죽기 전날까지.


[레벨:21]beginner

2013.09.05 08:15:57

저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생각납니다.
어머니께서는 음식 솜씨가 좋아 늘 새로운 시도를 하시며
맛있는 음식을 하셨고
동네에 다니는 거지나 병자에게 밥을 주셨습니다.
또, 자녀 교육에 매우 엄하셨던 분이라
조그만 잘못도 호되게 벌을 주시고
대신 보상도 많이 해 주셨지요.
종아리 맞고 훌쩍이다 잠들었는데
가만히 종아리에 약을 발라 주시던 그 손길이 꿈결처럼 느껴졌지요.
다음 날 머리맡에는 크라운샌드가 있었지요.....
그립습니다.
요즈음은 자꾸 어린 시절이 생각나네요.
환절기라 그런가요?
나이 들어서 그런가요?
저도 따스한 사랑을 나누는 일에 손을 많이 쓰고 싶습니다.

바라기는 죽기 전날까지에 무한 동감하며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3.09.05 09:51:55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한편의 동화군요.
하나님을 어머니의 손길처럼 느끼면서
여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평화로운 하루...

profile

[레벨:29]유니스

2013.09.05 14:24:36

 목사님의 <손>시리즈를 보면서 손에 대하여 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지않아도 저는 자주 손에 대하여 
신통하고 고맙다고 생각하면서 지낸답니다.
오죽하면 <약손>이겠어요...ㅎ
제 체구나 손이 작은 것 치고는 손힘이 셉니다요.
실험실에서 동물실험이나
병원에서 항암제 조제를 위해 수액병을 많이 만졌고
늘 약을 짓고 하다가보니 손힘이 세어진 것 같아요.
잘 다치지도 않지만 다쳐도 회복이 빠르고
양손잡이에다가 (칼, 가위는 왼손으로...)
손 모양은 괜찮은 편이어서 환자들이 칭찬도 하지만
손바닥은 상당히 거칠어요.
제 몸에서 젤루 노동량이 많고
젤루 빛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으로 늘 매니큐어랑 반지를 주어요..ㅋ)

이상 약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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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3.09.05 23:04:38

유니스 님의 손은 정말 약손이군요.
좋아요.
다음에 악수할 때 정말 힘이 센지 아닌지 보겠어요.
여기 신문에 여자 유도선수의 손이 나와서 링크 합니다.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6021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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