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2)

조회 수 2791 추천 수 0 2013.09.10 23:17:15

9월10일(화)

 

삶(2)

 

우리는 지금 살아있지만

곧 죽는다는 것도 분명하다.

죽는다는 게 실감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죽겠지만

지금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으니 말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지금 삶을 누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삶의 태도를 뭐라 할 건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하고

그래서 현재의 삶을 비관만 한다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다.

정당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지금 살아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삶은

교수대로 불려갈 순간을 기다리는 사형수의 그것과 같다.

아무리 즐거운 축제를 즐긴다고 해도

죽음의 순간에 그것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이 우리와 상관없는 것처럼 산다.

 

우리가 평소에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는

죽음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감하지 못하고 그냥 그러려니 한다.

다른 사람들도 죽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한다.

이런 태도는 죽음을 초월했다기보다는

죽음을 외면하는 것뿐이다.

죽음의 추상화다.

이런 이들에게는 삶도 추상으로 떨어진다.

죽음이 진지하지 않는데

삶이 어떻게 진지할 수 있겠는가.

죽음이 현실(reality)로 다가오지 않는데

삶이 어떻게 현실로 다가오겠는가.

 

삶이 무엇인지 조금이라고 알고 싶은 사람은

먼저 죽음을 직면해야 한다.

삶의 깊이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먼저 죽음의 깊이로 들어가야 한다.

완전한 파멸 앞에서 전율을 경험할 때에야 비로소

삶의 신비 앞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레벨:11]질그릇

2013.09.11 13:12:16

60이 넘고 보니 죽음이란 단어가 예전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인생길에서 죽음을 깊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으니
더욱 깊은 삶을 살아 내야 할 터인데...^^
목사님, 삶의 신비 앞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3.09.11 23:46:05

질그릇 님과는 같은 시절을 살았기에
삶에 대한 느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죽음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삶의 신비로 들어가는 첩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될 그 순간에 직면해 있는 사람의 눈에
자기와 세상이 어떻게 보일는지요.

[레벨:12]staytrue

2013.09.11 14:28:43

고등학교 때,
바울서신에서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라는 외침에
전율한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교회와 멀어져 지금은 무늬만 그리스도인이기는 합니다.
사실, 다비아를 보면서 다시 교회를 다녀야지 했는데, 맘먹고 다닌 교회가 일반교회를 위장한 신천지여서,
또 허망하게 신앙생활을 쉬고는 있습니다.

아무튼, 죽음을 너머 삶을 긍정하는 마음의 자세를 갖기란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이미 수동적으로 굳어져버린 삶의 관성과 정신은 곧장 저의 각오를 집어삼켜 버리기 때문이죠.
자유롭지 못해서 그런 것같고, 깨달음이 부족해서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Invictus 라는 영화를 보면서 멋진 영시 한편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자유를 발견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시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샘물같은 시였습니다.

근데,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시에서 표현되는 삶의 자세와 기독교 신앙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제목 : Invictus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3.09.11 23:49:38

지니 님,
저 영시 좀 우리말로 번역해주세요.
끝부분을 조금 보니
기독교적인 시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군요.
교회를 쉬어도 괜찮은데,
가능한 그런 시간은 짧은 게 좋겠지요.
주님의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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