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2일(목)

삶(4)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현존재(Dasein)로서

세계내존재(In-der-Welt-Sein)이다.

인간을 현존재라고 하는 이유는

인간만이 사유를 통해서

존재를 존재로 드러나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현존재 개념보다는

세계내존재 개념을 좀더 따라가려고 한다.

그게 삶 문제와 깊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으로 두 가지다.

1) 세계내존재는 인간이 세상을 대상으로 경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와 달리

세상을 대상으로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저것은 구름,

이것은 나무,

또 저것은 강이나 새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렇게 인식하고 이름을 붙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렇게 되어 있는 건 아니다.

만약 분자의 원소의 차원에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우리의 경험들이 다 무의미하다는 데서

우리의 주관적 인식이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알 수 있다.

세상을 대상으로 인식하고 분석하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세상 안에 있으면서 세상을 대상으로 인식할 수는 없다.

이것을 기독교적인 표현 방식으로 바꾸면

인간이 하나님을 직접 경험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2) 세계내존재라는 말은 인간은 세계를 벗어나 있는 게 아니라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와 달리

자신이 아주 독립적인 존재라고 착각할 때가 많다.

나무와 다르고,

새와 다르고,

여러 곤충과 다르다고 말이다.

다르긴 하지만 결국은 세상과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라고 여길 뿐이다.

개미도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

건축물도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서

모든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원자력 발전이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지 모를 일이다.

이런 말이 뜬구름 잡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불교의 가르침인 연기론(緣起論)이 이와 비슷하며,

하나님이 무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드셨다는

기독교의 창조론과 섭리론도 비슷하다.

지금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모든 삶의 형식들이

삶의 근본과는 거리가 먼 것인지 모른다.

그러니 어쩌란 말이냐, 하고 반문할 수 있다.

삶의 근본은 우리에게 확실하게 다가오지 않으니

열심히 돈 벌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다.

모범적이고 착하고 존경받는 삶을 누릴지는 몰라도

하나님께 집중하라는 성서의 세계로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