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20)- 재물과 하나님

조회 수 2422 추천 수 0 2013.07.16 00:02:48

 

자기성찰이 가능한 기독교인들은 부(富)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너무 가난해서 시험에 들리지 않고, 동시에 너무 부자여서 탐욕에 빠지지 않을 정도의 부만 있으면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기준은 모호하다. 어떤 사람은 연봉 5천만 원으로 만족하지만 어떤 사람은 1억 원으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딱 끊어서 어느 정도의 재산이 기독교인에게 적당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예수님은 부, 또는 재산에 대해서 어떤 구체적인 생각이 있었을까?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팔복의 본문에는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전체적인 가르침에서 볼 때 가난 자체를 예찬하지는 않으셨다고 보는 게 옳다.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가난 미학은 나올 수 없다. 그렇게 오해될만한 이야기는 복음서에도 종종 나온다. 어떤 부자 청년, 또는 부자 관리가 예수에게 와서 “내가 무슨 선한 일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마 19:16) 십계명의 뒷부분에 나온 계명을 지켜야 한다는 대답을 들은 청년은 당당하게 모든 걸 잘 지켰다고 말한다. 예수님은 모든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청년은 재물이 많아 근심하면서 예수를 떠났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재물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재물에 치우친 삶의 태도에 대한 경고다. 초기 기독교의 구성원들이 주로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었지만 부자들도 없지 않았다. 만약 부를 죄라고 선포했다면 부자들은 교회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분명한 것은 가난이 우리를 전적으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다림과 희망으로 불타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부에 대한 갈망을 더 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부에 대한 종속성은 빈부의 차이가 없이 보편적으로 작동된다.


팔복이 포함된 산상수훈에 재물에 대한 구절이 다른 데도 나온다.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는 소제목으로 분류된 마 6:19-34절이다. 이 구절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말씀보다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물질 지향적인 사람은 이방인이고, 하나님 나라 지향적인 사람은 예수의 제자다.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면서 이런 것들은 다 이방인의 관심거리라고 했다. 제자들은 먼저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면 그 외의 모든 것도 받을 것이다. 이 대목의 24절 말씀은 이렇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핵심은 저 사람이 부자냐 가난한 사람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섬기느냐에 있다. 가난하면서도 재물을 섬길 수 있고, 부자이면서도 하나님을 섬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만 본다면 부자가 재물을 섬길 가능성이 훨씬 높고, 가난한 사람이 하나님을 섬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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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2]잠자는회색늑대

2013.07.19 11:33:52

강단에서는 이 모호한 부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우리 수준에서 정답이라는 것을 말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우선은,

너무나도 수에 밝아서 '산수'에 최적화 된 느낌입니다.

한국 교회가 이 '산수'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생수'의 강으로 흘러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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