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25) 소외된 자들

조회 수 2221 추천 수 0 2013.07.20 11:35:21

팔복은 이사야의 메시야니즘이라 할 수 있는 사 61-3절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메시야)가 해야 할 일의 목록이 나온다.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회당에서 이 구절을 그대로 인용해서 읽으셨다(눅 4:18). 여기에 열거된 이들과 팔복에 열거된 이들의 상황이 비슷하다. 세례 요한이 감옥에서 제자들을 예수에게 보내서 당신이 메시아냐 하고 질문했을 때 예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눅 11:4,5)


팔복과 사 61장과 눅 11장에 공통으로 ‘가난한 자’가 나온다. 팔복에서는 천국이 가난한 자의 것이라는 말씀이 나오고, 사 61장에는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이 전달된다는 말씀이, 눅 11장에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는 말씀이 나온다. 모두 가난한 자에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난한 자는 세상에서 소외된 모든 이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마이너리티다. 그들에게 복음은 소외의 극복이다.


소외란 정체성의 분리다. 인간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들은 가난, 장애, 실업, 투옥, 파산, 고독 등등이다. 정신적으로는 불안, 허무, 고독 등등이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서 사람은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여기 한 가장이 있다고 하자. 그가 구조 조정에 따라서 명예퇴직을 했다. 그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분명하다. 부자들도 경우에 따라서 소외의 이유가 된다. 그 사람은 재산에만 몰입하느라 인간 삶의 본질을 외면할 수 있다. 회심하기 전의 ‘스쿠르지 영감’이 이에 해당된다. 근원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소외의 상태에 놓여 있다. 죽음을 직면해야 한다는 뜻이다. 죽음은 인간 정체성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이다.


소외 극복의 방법은 무엇인가? 궁극 이전의 길과 궁극의 길로 구분해야 한다. 궁극 이전의 길은 보편적 복지의 실현이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가가 있는 것 아닌가. 교회는 이 문제와 직접적으로는 관계가 없다. 교회에 그럴 능력도 없다. 국가가 그것을 감당하도록 자극하고 감시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이다. 이런 사명은 등한히 한 채 구제에만 치중하는 것은, 그래서 복지 문제에서 교회가 국가와 경쟁하는 것은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복지 실현만으로 인간 소외가 극복되지는 않는다. 궁극의 길이 필요하다. 죽음의 극복이 그것이다. 어떻게 죽음이 극복되는지에 대해서는 기독교의 기초 교리가 분명하게 설명한다. 그걸 모르는 기독교인은 없다. 예수를 믿는 것이 죽음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문제는 그것이 ‘real'하게 경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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