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26) 에이레노포이오스

조회 수 2444 추천 수 0 2013.07.21 22:33:43

팔복의 목록을 다시 보자. 1) 심령이 가난한 자, 2) 애통하는 자, 3) 온유한 자, 4)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5) 긍휼히 여기는 자, 6) 마음이 청결한 자, 7) 화평하게 하는 자, 8)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 여덟 항목이 비슷하다. 서로 중복되는 것들도 있다. 1번의 심령이 가난한 자와 6번의 마음(카르디아)이 청결한 자(카다로이)는 비슷한 의미다. 2번의 애통하는 자는 고난을 당하는 자(루터 번역, Leid tragen)라는 뜻이다. 8번의 박해를 받은 자와 비슷하다. 3번의 온유하다는 말은 5번의 긍휼히 여긴다는 말과 비슷하다. 4와 8은 똑같이 ‘의’에 대해서 말한다. 1-6번은 개인의 내면적 상태를 가리킨다면 7,8번은 밖을 향한 태도를 가리킨다. 소극적인 데서 적극적인 데로 발전된다. 심령이 가난하거나 온유하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끝나지 않고 주변 세계를 향해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전체적으로 볼 때 팔복에 해당되는 사람은 삶의 어려운 조건 아래서도 세상의 평화와 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7번의 평화를 보자.


‘화평하게 하는 자’의 헬라어 원어는 ‘에이레노포이오스’는 peacemaker라는 뜻이다. 여기서 어근은 에이레네(평화)다. 유대인들의 인사말인 히브리어 샬롬도 평화를 가리킨다. Brockhaus 출판사에서 나온 <성서사전>의 이 항목에 나오는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낱말 뜻으로 볼 때 샬롬이라는 단어는 구약성서에서 구원과 평화를 가리킨다. 이것은 조화, 행복, 행운, 확실성, 평화가 아주 분명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시편 122:6-9절은 다음과 같다.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 네 성안에는 평강이 있고, 네 궁중에는 형통이 있을찌어다. 내가 내 형제와 친구를 위하여 이제 말하리니 네 가운데 평강이 있을찌어다.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집을 위하여 내가 네 복을 구하리로다.” 평화는 결코 영혼의 기분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과 구원의 현실성(Wirklichkeit)을 뜻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좋은 분이시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된다고 말이다.


이런 샬롬의 의미는 신약성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수라는 이름이 파생된 ‘예수아’도 역시 도움, 구원을 의미한다.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분이시다(마 1:21). 땅의 평화도 역시 하나님이 구원과 평화라는 사실에 속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치 아니하리라.”(사 2:4) 하나님은 결국 모든 악과 전쟁을 심판하실 것이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엡 2:14)이다. 왜냐하면 구원은 오직 예수에게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행 4:12) 이런 점에서 하나님은 포괄적인 구원과 연관된다. 결국 마지막 심판을 통해서 이를 이루시며(롬 5:8-10), 우리는 이런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다.(롬 8:24)


팔복의 에이레노포이오스는 이렇게 신구약 전체와 연결된 개념이다. 서로의 평화가 충돌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평화의 약속과 명령을 따르는 자들로 살아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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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2]잠자는회색늑대

2013.07.25 11:09:59

'서로의 평화가 충돌하는 이 세상에서' 라는 구절이 마음에 오래동안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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