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27) 평화와 한민족의 분단

조회 수 2239 추천 수 0 2013.07.22 23:17:48

성서를 비롯해서 온 인류가 평화를 외치며 살았는데도 평화는 요원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근원적으로 이 세상이 생존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대답이다. 사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동식물을 경쟁을 통해서 진화해왔다. 예를 들자. 케냐의 세렝게티에 일주일 굶은 사자 가족이 있다. 어미 사자들은 사냥을 나갔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누우 떼를 보았다. 이제 사냥이 시작된다. 세렝게티의 평화는 모든 동물들이 배부를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이유로 평화를 파손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인간이다. 인간만은 배가 불러도 평화를 모른다. 거꾸로 인간만은 배가 고파도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지금까지는 배가 불러도 평화를 파괴했다. 아마 종말까지 이런 태도를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만이 배불러도 싸우는 이유는 인간에게만 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인간만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자기를 중심으로 세계가 작동되기를 바란다. 그걸 상대방에게 강요한다. 상대방이 그 강요에 굴복하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한다. 그것이 국가 사이에 벌어지면 전쟁이다.


오늘 한반도의 평화는 어떤가? 이 문제를 여기서 자세하게 말하지 말자.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설명을 들어도 남의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남북평화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통일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오늘 통일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는 에이레노포이오스가 아니다. 북한은 꾸준하게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우리와 미국은 반대한다. 그들이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요구는 미군철수를 전제하는 것이다. 북한의 속셈이야 어쨌든지 우리가 논리적으로 밀린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너무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는 접어두고 단순화해서 이렇게 질문하자. 남북평화, 또는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 세력은 누구일까? 남북 분단과 긴장으로 인해서 득을 보는 세력이 누군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군수산업체에 속한 이들이 가장 큰 득을 본다. 세계 군수산업을 주도하는 있는 이들은 미국에 있다. 그들은 전(全)방위로 로비를 펼쳐서 자신들이 제품인 무기가 소비되는 길을 찾는다. 2003년 3월4월에 걸쳐 전개된 이라크 전쟁이 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남북통일, 즉 남북평화를 위해서 기독교는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가? 한국의 주류 기독교가 가장 강력한 반통일 세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럴만한 트라우마가 우리에게 있다. 남북전쟁, 월남 인사들의 반공주의, 북한 정권의 반(反)기독교 정책 등등이 그런 이유다. 아무리 내상이 깊다하더라도 기독교는 신앙으로 그것을 치유하고 평화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예수는 평화를 위해서 애쓰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평화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이다. 평화도 상대방이 있는 문제다.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상대 앞에서만 평화 윤리는 가능하다. 그런데 북한 집단은 그것이 불가능한 상대가 아닌가. 또한 경쟁력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신자유주가 우리를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사회 전체에 자기 살길만 찾게 하는 우민화 정책이 뿌리를 박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평화의 외침은 공허한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헨리 나우엔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남북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은 아니지만 평화주의에 대한 오늘의 냉소적 태도를 짚고 있다.

 

그러므로 이 평화라는 단어의 타락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값진 단어를 감상주의, 이상주의, 급진주의, 낭만주의, 심지어는 무책임주의와 연관지어왔다. 이제 “당신들은 평화를 추구하는군요.”라는 말은 종종 “당신은 몽상가이군요.”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핵잠수함을 위한 항구를 건설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에 더 관심을 쏟는다.(기상 2005년 8월호에서)

 

엄격히 말하면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기독교인들은 모두 이상주의자, 또는 몽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미래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상, 꿈, 희망은 허무맹랑한 게 아니다. 하나님의 약속에 근거한다. 우리가 그 약속을 신뢰한다면 이 세상의 평화에 대한 야무진 상상력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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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13.07.23 01:06:46

그렇습니다.. 따지고 보면 세상은 영악한 현실주의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런 약속을 신뢰하는 몽상가에 의해 조금씩 바뀌어 온 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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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2]잠자는회색늑대

2013.07.25 11:38:08

격하게 공감이 되는 몽상가라는 표현이 나오는군요..

적어도 제 생각으로는 그들에게 그리 보이더라도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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