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 영성

조회 수 2778 추천 수 0 2013.07.26 23:13:39

아래는 어제(7월25일) 열린 시국기도회의 설교 요약이다. '대구경북 기독인 연대'가 주최한 기도회다. 설교 부탁을 받고 요즘의 묵상 주제인 팔목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복은 기본적으로 저항 영성이다. 힘과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대정신을 거부하고, 오히려 하나님의 통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들의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다.



2013.7.25(목) 저녁 7:30, kncc 시국기도회 설교, 성공회 서대구교회

 

팔복의 영성

마 51-12

 

본문 설명- 마태복음 기자는 소위 산상수훈을 팔복으로부터 시작한다. 지난 2천년 동안 기독교인들이 읽고 용기를 얻은 본문이다. 예수의 다른 말씀도 마찬가지지만 팔복도 역시 개인과 사회의 혁명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선언이자 약속이다.

 


1) 복이 필요한 사람은 누군가?

각 문장은 ‘마카리오이...’(복되어라)라는 단어로 시작된다. 예수 당시와 초기 교회 당시에 이 단어를 들었던 사람들의 느낌이 어땠을지 상상해보라. 누구에게 필요한 말씀인가?

마카리오이에 해당되는 사람의 목록이 나온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다. 모두 피하고 싶은 삶이다. 이걸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예수의 십자가가 바로 이런 삶의 전형이다. 십자가는 유대인에게 거리끼는 것이고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고전 1:23)이었다. 예수 십자가는 시대의 걸림돌(스캔들)이었다.

십자가와 로마 정권의 관계를 아는 게 기독교 신앙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핵심이다. 기독교는 로마의 이데올로기인 ‘팍스 로마나’와 대립해서 ‘팍스 그리스티’를 외쳤다. 팍스 로마나는 매력적이고 위협적인 시대정신이다. 오늘 우리는 ‘팍스 아메리카나’ 이데올로기에서 그걸 목도한다. 미국 언어와 군사력과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한반도가 대표적이다.

가난하고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다는 팔복은 힘의 논리인 팍스 로마나와 충돌한다. 지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박해를 받는 자가 복이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옳은 말씀인가? 현실도피적인 주장이 아닌가?

 


2) 복의 내용은 무엇인가?

복의 내용이 본문에 열거되어 있다. 첫 번째와 마지막이 똑같이 천국(바실레이아 톤 우라논)이다. 나머지 복도 여기에 수렴된다. 천국은 하나님 나라(바실레이아 투 데우)와 같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종말론적 통치다. 이 통치를 죽어서 천당 간다는 식의 내세주의 관점으로만 보는 건 잘못이다. 하나님의 통치는 오늘 비밀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개입된다. 하나님 나라를 강력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이미 그 나라에 속한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전한다.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 11:25,26) 영생은 궁극적인 미래가 이미 현재에 선취되었다는 뜻이다. 이건 단순히 신학적인 해명만이 아니라 실제 삶의 능력이다. 이런 영성에서만 팔복은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맺는 말- 오늘 우리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는 끔찍한 사태를 만났다. 내가 신학대학 학부를 다니던 1970년의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지난 18대 대선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검찰에 의해서 밝혀졌고, 지금의 국정원장은 NLL과 관련해서 남북정상회담 기록물을 정략적으로 만천하에 공개했다. 노무현은 그들에게 마녀다. 마녀는 무조건 제거해야만 한다. 민중들도 그런 소리에 부화뇌동한다. 간접적으로 희열을 느낀다.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한 로마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다를 게 없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다. 힘의 논리로 평화를 파괴하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팔복을 외칠 준비가 되어있을까? 십자가와 부활의 예수를 메시야로 믿는 사람만이 팔복의 영성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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