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7일- 그 문 앞

조회 수 3306 추천 수 53 2006.06.17 23:27:39
2006년 6월17일 그 문 앞

온 동네가 그 분 앞에 모였더라. (막 1:33)

마가가 보도하고 있는 예수님의 초기 공생애는 매우 드라마틱합니다. 제자 네 명과 함께 시작한 하나님 나라 운동은 회당에서 새로운 교훈을 전하시고 귀신을 내어 쫓는 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회당에서 나온 예수님은 시몬의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시몬의 장모를 치료하셨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해 질 때에’ 모든 병자와 귀신 들린 이들을 예수에게 데리고 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마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온 동네가 그 문 앞에 모였더라.”
예수님 일행은 아직 시몬 형제의 집에 머물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서 ‘문’은 이 집을 뜻합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시몬의 집 앞에 모였습니다. 시몬의 부모들과 형제들은 생전 처음 보는 장면에 깜짝 놀랐을 겁니다. 놀란 이들이 어디 그들뿐이겠습니까? 그 동네 모든 사람들이 놀랐겠지요.
그 장면을 조금 자세하게 상상해보십시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사랑채에 머물고 있습니다. 열병이 치료된 시몬의 장모는 그들을 시중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식일이 지나고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저녁 시간이 되자 온갖 병자들과 귀신 들린 자들만이 아니라, 구경삼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문 안쪽에는 예수님 일행이 자리했고, 문 밖에는 군중들이 자리했습니다. 문을 중심으로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여기서 ‘문’은 신앙적으로 아주 중요한 메타포입니다. 요한계시록의 말씀을 보십시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도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머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예수님은 양의 문이십니다. 미련한 처녀들이 기름을 준비하러 나갔다가 돌아와서 문을 두드려도 그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예복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미 문이 잠겨서 잔치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천국도 문이 있습니다. 노아홍수는 하늘의 문이 열려서 물이 쏟아진 현상으로 묘사됩니다.
문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문 안과 밖의 세계가 소통될 수 있는 가능성과 단절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것입니다. 문이 열리면 소통의 가능성이, 닫히면 단절의 가능성이 현실성으로 됩니다. 이런 점에서 문은 벽과는 다릅니다. 벽은 완전한 단절입니다. 오늘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는, 교회와 이 사회 사이는 문이 놓여 있을까, 아니면 벽이 놓여 있을까요?
문은 여는 게 핵심입니다. 문은 열라고 달아놓은 겁니다. 문을 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어리석은 짓이지만 사람들은 문을 벽으로 만드는 일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문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으로만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문 밖이 아니라 문 안에 있는 사람만이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천국 문은 그 안에 계신 하나님만이 열 수 있지만, 우리 마음의 문은 우리만이 열 수 있습니다. 주님은 문을 두드리기만 할 뿐이지 억지로 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회개는 자신의 책임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억지로 회개시킬 수는 없습니다. 열쇠고리가 문 안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두드리기만 해도 열릴 수 있는 마음이라고 한다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그건 어린아이 같아야만 가능한데, 우리 마음에는 바깥에서 주어지는 그 어떤 충격으로도 끄떡없는 열쇠고리가 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마음의 상태는 곧 현대의 전형적인 주거문화인 아파트 문과 비슷해 보이는군요. 이중, 삼중의 안전 잠금장치 안에서 우리는 역설적이지만 불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문 안과 밖에 완전한 단절입니다. 어쩌면 오늘의 문은 문과 벽의 중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람과 자연 사이에, 교회와 세상 사이에 점점 소통이 줄어들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주님, 밖을 향해서 문을 열고 살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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