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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어록(161) 8:7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요한복음 기자는 니고데모와 다른 유대교 고위층이 예수에 관해서 보인 이견을 잠시 짚은 뒤에 8장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수는 예루살렘 인근 감람산에 잠시 머물렀다가 아침에 다시 예루살렘 성전으로 들어와서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감람산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성전 당국자들에게 예수는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유형무형의 압력을 가하는데도 예수는 성전에서의 활동을 접지 않는다. 예수가 성전 중심으로 작동되는 유대교의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정하고 갈릴리로 돌아갔다면 예수는 십자가 처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와 유대교 당국자 사이가 요즘 표현으로 치킨 게임 양상이 되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 다시 음모를 시도한다. 이런 시도는 한두 번이 아니다. 공관복음에도 나온다. 서기관들과 대제사장들은 로마 황제 가이사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를 확답하라고 다그친다. 함정이다. 예수의 대답이 압권이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20:25). 요한복음이 전하는 함정은 훨씬 곤란한 질문이었다. 간음 현장에서 붙잡힌 여자가 끌려 나왔다. 모세 율법에 따르면 이런 여자는 돌로 쳐야 한다(20:10). 이런 비슷한 관습이 일부 이슬람권 지역에서 지금도 여전히 실행된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사주를 받은 군중들은 예수의 판단을 강요했다. 돌로 치지 말라고 하면 율법을 어기는 일이고, 치라고 하면 예수의 사랑이 거짓이라는 의미가 된다. 예수는 외통수에 걸려든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 예수의 입에서 나왔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런 논리라면 법이 필요 없는 거 아니냐, 하는 반론이 가능하다. 실제 법정에서 변호인이 검사와 판사를 향해서 이 말을 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그 문제는 다른 차원이니 여기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예수는 인간과 삶과 윤리와 공동체 전반의 근본을 뚫어보고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이 세상에는 죄 없는 자가 없다. 법의 집행은 죄 없는 자가 죄 있는 자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죄 있는 자가 죄 있는 자를 판단하는 인간 행위다. 법 만능주의는 개인과 사회를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법은 최대한 소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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