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401) 20:17

나를 붙들지 말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아니하였노라 너는 내 형제들에게 가서 이르되 내가 내 아버지 곧 너희 아버지, 내 하나님 곧 너희 하나님께로 올라간다 하라.

 

마리아!”라는 예수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마리아는 상대방이 누군지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마리아는 그를 향해서 랍오니!”라고 부른다. “선생님이라는 뜻이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우리에게 익숙한 랍비라는 단어의 친근한 호칭이 아닐까 추정한다. 마리아는 예수의 부활이라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게 아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예수를 안으려고 했다는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예수 부활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예수의 몸을 직접 만진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어지는 도마 이야기도 도마가 예수의 몸에 손을 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도마는 예수의 몸을 보았을 뿐이지 만진 것은 아니다. 부활은 지금의 몸으로 회생하는 게 아니기에 이런 접촉은 불가능하다.

부활의 예수가 마리아에게 한 말은 두 가지다. 예수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는 것과 예수는 하나님에게 간다는 것이다. 부활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여기서 유추할 수 있다. 부활은 하나님 아버지에게로 가는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부활을 알고 싶으면 하나님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경험하는 게 최선이다. 신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님의 창조부터 종말에 이르는 많은 신학 내용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 개념은 창조의 깊이가 어떤지를 알려준다. 그 창조의 깊이를 통해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칼 바르트의 창조론을 압축하면 선한 창조이다. 이 개념은 두 가지를 가리킨다. 첫째, 이 세상은 자연적으로 그렇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 창조는 진행 중이며 언젠가 완성될 것이다. 둘째, 하나님의 창조는 선하다. 그 사실을 창세기 기자는 반복해서 짚었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1:31). 지금 당장 악한 것들조차 하나님의 선한 창조 안에서는 궁극적으로 선으로 수렴된다. 우리가 악을 방관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라 악에 굴복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창조 개념만 충분히 알아도 부활 생명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래서 사도신경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

예수의 하나님은 제자, 즉 예수 말씀에 따라서 사는 사람들의 하나님이고, 예수의 아버지는 제자, 즉 예수의 복음을 세상에 전하려는 소명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아버지이다. 예수가 경험한 하나님이 바로 우리의 하나님이고, 예수가 희망하는 하나님 나라가 바로 우리의 하나님 나라이며, 그의 부활은 곧 우리의 부활이다. 여기서 전제는 예수의 제자라는 정체성이다. 예수는 그 하나님 아버지에게 갔으니, 예수의 제자로 사는 우리도 곧 그 하나님 아버지에게 갈 것이다. 아니, 이미 지금 살아있는 동안에 그 하나님 아버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의 약속이다. 나는 이 약속을 믿고, 그 믿음 안으로 깊이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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