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6:16

조회 수 431 추천 수 0 2023.04.17 07:15:05

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112

6:16

산들과 바위에게 말하되 우리 위에 떨어져 보좌에 앉으신 이의 얼굴에서와 그 어린 양의 진노에서 우리를 가리라

 

산들과 바위에게말한다는 표현은 당연히 문학적인 겁니다. 성경을 이해하려면 문학적인 소양이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특히 시 공부가 중요합니다. 최정 시인의 내 귀에 풀벌레라는 시를 읽어보겠습니다. 계간지 <창작과 비평> 2023년 봄호에 실렸습니다. 그는 풀벌레 한 마리가 가을 달빛을 출렁이게 했다고 말하네요.

 

가을 달빛 출렁이게 하던

풀벌레 한 마리가

찬바람에 실려 귓속으로 들어왔다

 

가만 들어보면

뾰족하게 날카로운 쇳소리처럼

고음을 내던 녀석

 

텃밭 작은 무까지 마저 뽑아

긴 가뭄 고달픈 농사도 끝났는데

풀벌레는 귀에서 나갈 낌새가 없다

 

노을빛도 들지 않는 작은 골짝이

어슴푸레 어둑해지는 시간

서늘하게 쓸쓸해지는 시간

 

내 귓속에선 연주가 시작된다

 

정작 풀숲 벌레들은 겨울잠에 빠졌는데

귓속에선 풀벌레가 절정으로 운다

 

달빛 아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풀벌레 소리 훔친 죄

귀뚜라미, 여치 소리 특히 사랑한 죄

 

피부가 그을리도록 화끈거리던

불면의 밤들 지나

갱년기 절정을 지나 완경(完經)

 

굽이굽이 잘 넘었다 다독이려고

귓속에 악기 하나 들어왔나보다

 

의사 진단명은 이명

 

굴과 바위틈에 숨은 사람들은 지옥에 떨어진 듯이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산과 바위가 자기들을 감춰주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겁니다. 그들이 외면하고 싶은 대상은 둘, 보좌에 앉으신 이의 얼굴어린 양의 진노입니다.

1) 자비와 사랑이 가득한 하나님의 얼굴을 극도의 두려움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데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과 자비와 선하심과 도우심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곧 극한의 심판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인정할까요?

2) ‘어린 양진노라는 단어도 서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린 양은 가장 무기력한 존재이고, 절대 순종하는 존재로서 제단에 바쳐진 제물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양의 진노라는 표현은 어린 양이 경악할 징벌을 내린다는 게 아니라 어린 양의 순종과 사랑에서 벗어나는 사태를 가리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지 못한 사람과 같은 운명입니다. 그가 인생을 목마름으로 경험하는 게 오아시스의 책임은 아니겠지요.

하나님의 얼굴과 어린 양의 진노가 무슨 뜻인지 일상에서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혀 다른 삶의 방식에 길들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모든 실체가 완전하게 드러나면 극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히겠지요. 자신들이 행복한 삶의 근거라고 생각하여 붙들었던 재산과 권력과 허영심과 자랑거리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절감하는 순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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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23.04.20 10:42:22

공동번역 [6:16 산과 바위를 향하여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서 옥좌에 앉으신 분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우리를 숨겨다오. 그리고 어린 양의 진노를 면하게 해다오.]


새번역 [6:16 산과 바위를 향하여 말하였습니다.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서, "보좌에 앉으신 분의 얼굴과 어린 양의 진노로부터 우리를 숨겨다오.]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네요.

하나님의 진노 앞에 얼마나 답답했으면 산과 바위에게 숨겨 달라고 부탁을 했을까요?

절박하고 답답한 심정이 엿보이네요.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이 허울이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 할때가 오겠지요.

아직은 속세의 사람이라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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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23.04.20 19:32:03

"보좌에 앉으신이의 얼굴"

나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기도는 하나님의 얼굴을 보여 주세요하니님은 인생이 아니시니 당연히 얼굴이 있을 리 없습니다. 내가 상상하는 하나님의 모습은 역사상 수 많은 화가들이 그린 예수님 얼굴의 이미지일 것입니다. 큰딸이 예고와 미대를 졸업한 화가인데 예수님의 얼굴을 그리는 화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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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3.04.20 22:03:04

최용우 님은 이미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을 겁니다. 

정확하게는 얼굴이 아니라 하나님의 등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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