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공부에 대해(3)

조회 수 2382 추천 수 1 2010.10.05 23:19:09

 

     지난 주일에 서울샘터교회를 방문한 어떤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소. 그분은 오랫동안 다비아 사이트의 회원이셨소. 그분이 하는 말이 정 목사는 설교를 진행하면서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 질문이 바로 자기가 하고 싶었던 거라서 설교에 관심이 간다는 거요. 일반 신자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나에게는 놀라웠소. 질문보다는 정답을 원하는 한국 교회의 일반적인 신앙행태와 달랐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내 설교의 핵심을 잡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소. 나는 설교자가 답을 주기보다는 청중들을 성서텍스트의 세계 안으로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오. 안으로 들어오려면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하오. 성서텍스트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답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질문을 안고 있소. 설교자는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사람처럼 신자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성서 안의 질문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하오.

     우리에게 어려운 문제는 질문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오. 설교자가 그것을 찾아내려면 성서기자들의 영성에 도달해야만 하오. 초등학생이 노자의 <도덕경>을 읽는다면, 또는 중학생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오. 성경이 어린아이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런 생각은 큰 착각이오. 비록 글의 형태는 누구나 읽으면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거기에 이르게 된 복잡한 사연을 모르면 성경은 마치 약품의 매뉴얼에 불과하오. 그래서 설교자가 자칫 하면 약장사가 되는 거요. 매뉴얼을 달달 외우고, 그 약의 효과만 온갖 입담을 통해서 전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거요. 환자가 약의 화학적 성질과 약품 개발의 과정 등을 모두 알아야만 한다는 말은 아니오. 설교의 청중은 환자가 아니라 약학대학교 학생들이라고 보는 게 옳소.

     성경만이 아니라 삶은 기본적으로 ‘질문’이오. 모든 배움은 바로 거기서 시작하오. 동양의 스승들은 ‘이 뭐꼬?’라는 화두로 제자들을 가르치기도 했소. ‘이 뭐꼬?’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소. 어떤 사태의 심층에 대한 시각이 없으면 질문할 수 없소이다. 이런 점에서 설교도 역시 질문 행위요. (2010년 10월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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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8]이신일

2010.10.06 10:09:23

그래요, 목사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리 하기가 참 어렵네요!

제 어려움 중 하나는,

'설교자가 그 질문을 생각해내야 하는 건지, 성서가 설교자에게 말씀하는 그 질문을 알아차려야 하는지' 입니다.

그게 그 말인가요? 목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왜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냐면, 설교자가 이 질문을 끌어낼 때 '복음-상황-해석'은 무시한 채 너무 감상적인 해석으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 좀 쓴다고 하는 목사들(설교자들)의 경우에 그런 모습이 참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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