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35)

조회 수 2314 추천 수 1 2010.08.23 23:52:51

 

-사죄기도-

 

    어제는 다른 말이 많았소. 다시 주기도의 본문으로 들어가겠소. 주기도 후반부 세 항목의 첫 번째는 사죄에 대한 것이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죄를 용서해달라는 기도는 우리가 죄를 행했다는 사실을 전제하는 말이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요? 이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다른 반응을 보이오. 기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숙연해지는 사람도 있을 거요. 어떤 신자들은 죄에 대해서 거의 노이로제 현상을 보이오. 그걸 약점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설교하는 목사들도 있소. 또 어떤 신자들은 사람이 다 그런 거지 뭐, 하면서 죄에 대해서 무관심하오. 죄 냉소주의자들이라 할 수 있소.

     나름으로 도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죄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거요.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서 겉으로는 “이 죄인을 용서해달라.”고 기도를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소. 남의 것을 훔치지도 않았고, 남을 드러내놓고 비난하지도 않았소. 복음서에 보면 십계명을 어릴 때부터 잘 지키던 사람이 있었소이다. 그는 예수님에게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는지를 물었소. 예수님은 십계명 중에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항목을 나열하였소. 이 사람이 얼마나 우쭐했을지 알만하오. 자기가 자신 있는 대목에서 질문을 받았으니 말이오. 예수님은 이 사람에게 재산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했소. 그러자 이 사람은 돈이 많은 탓에 슬픈 기색으로 돌아갔다 하오.(막 10:22) 이 이야기는 십계명을 잘 지켰다는 말이 허튼소리일 수고 있고, 십계명만으로 의로워질 수 없다는 뜻일 수도 있소. 인간사회의 몇몇 도덕규범으로 인간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오. 친구에게 욕을 하는 것은 아미 살인할 것과 같고,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은 것은 이미 간음한 것과 같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보시오. 성서가 말하는 죄는 단순히 겉으로 도덕적인 행위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더 근본적인 것을 가리키오. 그것이 무엇이오?

    신학자들의 죄 개념은 조금씩 차이가 나오. 어거스틴은 휘브리스(교만)를 죄라고 했고, 아퀴나스는 아모르 수이(자기사랑)를, 판넨베르크는 자기집중을 죄라고 했소. 분노, 질투, 이기심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소. 우리가 성서에서 배운 바대로 말하면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사건이 죄의 출발이오.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을 받았다 하오. 자신들이 하나님처럼 눈이 밝아진다는 유혹에 넘어간 거요. 자기를 확대해서 높이려는 마음이 죄의 씨앗인 셈이오. 이렇게 본다면 피조성의 부정이 바로 죄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하오. 카인의 아벨 살해 사건에서도 그 동기는 자기의 제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시작되었소. 거기서도 결국은 자기중심성이 문제였소. 우리가 부도덕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자기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소. 일종의 나르시시즘이 죄인 셈이오. 오늘 이 시대에 일어나는 유무형의 잘못도 거의 모두 나르시시즘의 변용이라 할 수 있소.

    사람의 자기중심성, 자기 집중은 본능적인 경향이오. 그것이 어쩌면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에게 숙명적으로 주어진 경향일지도 모르오. 그건 강렬한 힘이오. 식욕, 성욕, 사회적 성취욕이 얼마나 강렬한지 그대로 알 거요. 그런 것들이 없으면 인류 생명의 지속이 불가능할 지경이오. 이런 본능 자체를 기독교는 죄의 본질로 여기오. 자기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그 강렬한 욕망이 오히려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라오.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거요. 그들은 그냥 생명 현상에만 머물러 있소. 그것의 욕망을 최대한으로 발현시켜야 한다는 것이오. 그것이 진화의 원리이기도 할 거요. 기독교는 생명 현상을 그것 너머의 빛에서 성찰하오. 그 빛은 물론 창조주이신 하나님이오. 그 창조주로부터 생명이 온다는 사실을 말하는 거요. 그 빛을 외면하는 것이 바로 자기 집중이오. 생명 현상 자체에 매몰되는 거요.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오? 생명이 밖에서 주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내부의 원리인지에 대한 질문이오.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오.

     이제 성서가 말하는 죄가 무엇인지 전달이 되었을 거요. 생명의 근원, 생명 창조자를 외면하고 자기에게 집중하는 것이 곧 죄요. 하나님 집중과 자기 집중은 대립하고 있소. 사람이 하나님과 돈을 겸해서 섬길 수 없다는 주님의 말씀을 그대도 기억할 거요. 자기에게 집중하는 사람은 결국 삶이라는 화살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하마르티아)이오. (2010년 8월23일, 월, 여전한 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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